일본 통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 NTT에 대한 새로운 규제 방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당초 후발 사업자들이 요구했던 NTT의 광 케이블 분리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대신, 망 독점력을 이용한 영업 관행에는 상당한 제한이 가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일본 총무성은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고 자국 내 광대역 네트워크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NTT에 대한 규제 시책을 강구해왔다.
2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의 자문 그룹은 NTT와 모든 계열사들이 다른 통신 사업자들의 고객 정보를 영업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고객 정보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규제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NTT와 자회사인 NTT이스트·NTT웨스트는 물론 그 관계사(자회사)들 모두가 타사 고객 정보를 영업이나 여타 사업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타사 고객 정보 활용 규제를 NTT그룹 전반으로 확대하려는 것은 망 독점력 때문이다.
NTT이스트와 NTT웨스트는 현재 자국 내 유선망을 거의 독점 소유하고 있다. 광 케이블도 전국 커버리지의 90% 가까이를 점하고 있다. 과거에는 다른 통신 사업자들이 이들 두 회사의 망을 이용할 때 접속료와 더불어 자사 고객 정보에 대한 접근권도 제공해야 했다. 그러나 일본의 통신사업법이 망 독점력을 악용해 영업이나 여타 사업 목적으로 타사 고객 정보를 활용할 수 없도록 금지하자, 이들 두 회사는 지역별 영업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의 편법으로 규제를 피해왔다. 이번 새로운 규제 조치는 법의 허점을 노린 이 같은 영업 관행이 통신 시장의 공정경쟁 환경을 저해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총무성의 전문가 그룹은 “NTT의 광 케이블 사업을 공적인 성격의 별도 회사로 분리해야 한다”며 소프트뱅크가 제안한 주장은 이번 규제책에서 제외했다. 다만 광대역 통신 서비스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NTT의 접속료를 지금보다 더 내리도록 하는 절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또 NTT 그룹 전반의 경영 구조도 개혁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촉구하기로 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