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성공파도]<463>창업하고 싶어요

집에 돌아오면 찌든 발 냄새와 땀 냄새 때문에 욕실로 곧장 간다. 이렇게 개고생하며 성과를 내도 박수는 회사 전체가 받고 수익은 사장이 독차지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무딘 톱을 갈지 않고 계속 나무를 베듯,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내 젊음은 회사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고액 연봉 박차고 구멍가게라도 차리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고 부럽다. 이제 나도 더 이상 회사를 위해 고생하느니 나를 위해 고생하고 싶다. 더 나이 먹기 전에 내 사업 한번 해봐야지….

찬성한다. 나도 직장 다닐 때보다 내 사업 할 때 실력이 부쩍 늘었다. 준 만큼 하겠다는 봉급자 정신보다 한 만큼 거둔다는 사장 정신이 성장을 부추긴다. 권태 속에 봉급자로 남느니 두렵지만 사장을 하자. 다만 한번 해보겠다는 마음으로는 안 된다. 목숨 걸고 치열하게 막다른 길에 온 것처럼 간절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준비하자. 우선 마음부터 사장이 되어야 한다. 세 수 앞까지 내다보며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측하는 연습, 신문에 아직 안 나온 발 빠른 정보를 캐내는 연습, 내가 없어도 나처럼 일할 사람을 내 곁에 머물게 하는 연습, 경쟁자와 남다른 가치를 생성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지금 이 회사에서조차 그게 안 된다면 아직은 사업하기 이르다. 나이 먹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실력 없는 게 문제다. 모든 일에는 기반과 순서가 있다. 터를 잡아야 집도 짓는다. 아는 친구 꼬시고 부모 종잣돈 빼내 아내조차 불안해하는 사업계획 말고 제3자가 들어도 투자하고 싶은 사업계획서를 만들자.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은 남모르는 불안정성을 담보로 얻는다. 사장은 위도 건강해야 하고 간도 튼튼해야 한다. 밥 먹을 시간도 없고 입맛 떨어질 일투성이며 술로라도 잠을 청해야 할 일이 많을 테니 말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만이 아니라 최악의 시나리오도 짜자. 안 그러면 가는 토끼 잡으려다 잡은 토끼마저 놓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