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휴대폰 번호이동성 제도가 처음 시행됐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차이나모바일의 시장 지배력을 낮춤으로써 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시키는 첫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차이나데일리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중국 산업정보기술부 감독 아래 텐진시 북부와 헤이난성 남부 지역에서 지난 22일부터 휴대폰 번호이동성 제도가 시범 실시됐다. 지역 가입자들은 사용하던 번호를 바꾸지 않고 차이나모바일·차이나유니콤·차이나텔레콤 등 3개 이동통신 사업자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번호이동은 신청 후 2일내에 무료로 이뤄진다.
중국의 번호이동성 제도는 자국 이동통신시장에서 경쟁을 활성화함으로써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겠다는 뜻이다. 실제 약 8억3000만명에 달하는 이동통신 가입자 가운데 차이나모바일이 5억7500만명으로 7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차이나유니콤은 1억7200만명, 차이나텔레콤은 8300만명에 그친다. 2위 사업자인 차이나유니콤이 번호이동성 제도를 점유율 확대의 호기로 여기는 이유다. 차이나유니콤은 3세대(G) 이동통신 세계 표준인 WCDMA 사업자로, 스마트폰 등 단말기 조달 경쟁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국 내에서 애플의 아이폰도 독점 판매하고 있다.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인 시나닷컴이 최근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2만3397명의 응답자 중 약 70%가 이동통신사업자를 바꾸겠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37.9%는 차이나유니콤, 35.2%는 차이나모바일, 26.9%는 차이나텔레콤을 선호했다.
이번 번호이동성 제도 시범 사업은 향후 6개월간 이어진 뒤 그 결과를 토대로 정부가 새로운 규제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