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또다시 어이없는 짓을 저질렀다. 김정은 ‘3대 세습호’를 띄운 지 불과 2개월밖에 안 된 시점이다. ‘세습호’에 누가 타고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는 판에 연평도 포격이라는 도발을 가했다. 도대체 ‘김정은호’가 앞으로 어디로 가려고 이러는가.
김정은은 이제 겨우 20대 후반의 청년이다. 당·군 등 북한의 권력구도 내에서 쌓은 경력도 그다지 많지 않다. 북한의 현실을 볼 때 김정은 후계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정치적 기반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을 장담할 수 없다. 더구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북한 내부의 재원 및 자원 고갈 등으로 경제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식량난으로 주민들의 생활고는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후계자가 주민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얻어내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선 벌써 김정은을 별 볼일 없는 ‘종이 호랑이’라고 비아냥거린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번 연평도 도발은 이런 배경 속에 일어났다.
앞으로 김정은이 왕좌에 확실히 오르기 위해서는 경제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하는데 자꾸 딴짓을 벌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의 정치 운명을 좌우하는 건 빈곤한 경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언제까지나 보호막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김정은 후계자는 주민들의 의식주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만 북한 주민들이 ‘청년대장’을 믿고 따를 것이다.
주목할 점은 김정은 후계 구축 과정에서 일어날 북한의 변화 가능성이다. 특히 3대 세습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은 어느 정도 경제 기조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후계작업팀이 김정은 시대의 새판짜기에 들어갔다면 제대로 된 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김정일 시대의 잘못된 행보를 맹목적으로 답습하지 말고 주민의 삶을 우선하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내부체제 공고화와 외자 수혈을 동시에 이뤄내야 할 지금의 북한으로서는 정책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는 법이다. 새로 등장할 지도부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북한이 홀로 걸어온 주체와 자력갱생으로는 더 이상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무모한 도발로 긴장을 높이기보다는 과감한 개혁·개방의 문을 활짝 열어 외부의 지원과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것이 김정은 후계그룹의 소명이고 2012년 강성대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김정은은 스위스 유학 시절 자본주의를 몸소 체험, 서방세계에 대한 이해를 누구보다 넓힐 수 있다. 김정은의 컴퓨터 실력이 대단하다는 말도 있다. 이런 점을 적극 활용해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IT 바람에 북한이 가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1세기는 정보화 시대라며 양성한 IT 전문인력 3만여명을 북한은 대남 도발의 도구로 전락시키지 말고 산업역군으로 활용해야 한다. 김정은 후계자가 곧 나선특구를 거쳐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말이 들린다. 거기서 개방적 신사고를 갖기 바란다. 그렇다면 북한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 같은 경영자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더 늦기 전에 북한이 세계 경제의 일원으로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북한의 ‘세습호’가 무모한 짓에 매달리지 않고 개혁과 개방의 해로(海路)로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chobh21@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