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공식 발효되면서 IT업계 전문가들은 이것이 국내 소프트웨어(SW)산업을 비롯한 국내 IT산업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인도 CEPA는 결국 국내 SW 개발 서비스 시장의 개방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막강한 SW 인력을 보유한 인도와 교류로 국내 SW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했고, 한편으론 안 그래도 척박한 국내 SW산업이 더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빈 수레가 요란했을 뿐 한·인도 CEPA로 인해 가시적으로 나타난 성과나 영향은 사실상 아무 것도 없다. 1년 전 한·인도 CEPA가 국내 SW 연관 산업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했던 국내 한 대학교수를 최근 다시 만났다.
그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인도 CEPA로 인해 변화된 것이 하나도 없다”며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 SW산업의 현주소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원하는 인도의 고급 SW인력들이 우리나라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삼성·LG와 같은 일부 대기업은 예외다. 인도의 SW인력들이 취업하고자 하는 나라는 미국이나 일본이고, 그 다음으로 유럽 국가나 중국 등이다. 일부 인력들이 우리나라 대기업을 선택하더라도 결국 미국 등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할 뿐이다. 또 인도 내수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어 국내 기업에서 엄청나게 좋은 조건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 그냥 인도에 있는 것이 우리나라에 오는 것보다 더 낫다는 인식이 많다고 한다. 굳이 언어와 종교, 문화적 장벽이 높은 우리나라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인도의 고급 기술인력을 발굴·알선하는 YBR인포메이션의 허지욱 대표는 “최근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인도 인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대부분이 연장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면서 “수준 높은 인력들을 낮은 임금으로만 활용하려 하고, 또 데리고 오더라도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IT강국이라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지만 해외 고급 IT인력들에게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보고 싶은 매력적인 나라로 전혀 비춰지지 않고 있다. 눈에 보이는 인프라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 문화, 생태계 등 모든 면에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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