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뜨거운 ‘아이폰’ 열기가 해외의 앱(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을 일본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일본의 컴퓨터 및 통신업계에 팽배해 있는 ‘갈라파고스’ 현상이 아이폰 보급을 계기로 점차 해소되는 분위기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i-모드’ 등 독특한 휴대폰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게임,엔터테인먼트 등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휴대폰 콘텐츠가 개발, 서비스됐다. 하지만 일본의 독자적인 이동통신 표준과 휴대폰 문화는 국제적인 표준과는 점점 격리되면서 일본을 일종의 ‘갈라파고스 군도’로 만들었다. ‘갈라파고스’는 해외 앱 개발자들이 접근하기 힘든 일본 고유의 휴대폰 생태계를 상징하는 개념으로 굳어졌다.
이 때문에 일본의 고유의 표준을 채택한 휴대폰을 ‘갈라파고스’와 ‘게이다이(휴대폰)’의 합성어인 ‘갈라게이’로 불러왔다.
코모뉴스(http://www.komonews.com)에 따르면 아이폰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그동안 일본 시장에 눈길도 주지 않던 해외 앱 개발자들이 일본 진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젋은이들이 많이 보이는 통근 열차나 길거리의 카페에선 아이폰 앱을 활용하는 젊은이들을 쉽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본의 휴대폰 사용자들은 ‘i-모드’ 같은 휴대폰 서비스 덕분에 이미 스마트폰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여서 아이폰 등 스마트폰 앱을 전혀 저항감 없이 받아들인다. 해외의 앱 개발자들이 일본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세계적으로 2천7백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앵그리 버즈’라는 인기 게임의 개발사인 핀란드의 ‘로비오 모바일’은 한달 전에 ‘앵그리 버즈’의 일본어 버전을 내놓았다. 현재 전세계 70여개국에서 ‘앵그리 버즈‘는 1위 게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일본에선 아직 6위에 머물러 있다. 이번 일본어 버전을 발표를 계기로 ’로비오 모바일‘은 일본에서도 ’앵그리 버즈’가 확실한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4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위치기반(LBS)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인 `포스퀘어‘ 역시 조만간 일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아직 일본 진출 계획을 자세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포스퀘어는 일본 시장 진출을 세계화 전략의 중요한 교두보로 인식하고 있다.
하우켄 킹이라는 영국인은 최근 일본 도쿄에 ‘다다코’라는 이름의 벤처기업을 설립하고 아이폰용 앱을 내놓았는데 2만명에 달하는 전체 앱 사용자의 3분의 1이 일본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모뉴스에 따르면 디지털 명함용 앱을 공급하고 있는 대만의 ‘펜파워’사 매니저인 브라이언 리는 “일본의 휴대폰 사용자들이 잘 교육되어 있고, 앱을 돈을 주고 사려는 데 익숙하다”며 “해외의 개발자들이 최근 일본 시장에 속속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보급 확산은 이 같은 해외 앱 개발자들의 일본 진출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소프트뱅크가 아이폰을 보급하면서 일본에 스마트폰 보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NTT도코모, KDDI 등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을 속속 내놓으면서 스마트폰용 해외 앱 개발자들의 일본 진출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일본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샤프는 역설적인 의미에서 ‘갈라파고스’라는 이름의 안드로이드폰을 내놓고 있을 정도다. 일본 통신업계의 ‘탈갈라파고스’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의 탈 갈라파고스 현상은 일본 개발자들의 해외 진출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고유의 휴대폰용 콘텐츠가 스마트폰용앱으로 개발되어 세계 시장에 나온다면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