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스토어 앱 6만개 돌파 구글 맹추격

SK텔레콤의 자체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스토어인 `T스토어`가 하루 앱 다운로드 수에서 100만건을 최근 돌파하는 등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구글, 애플이 아닌 통신사업자가 만든 앱스토어의 세계적 롤모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SK텔레콤에 따르면 T스토어는 10월 기준 누적 가입자 363만1000명, 다운로드 6308만2000건, 등록 앱 6만개를 기록했다. 가입자 수는 지난해 9월 1만7000명에 불과했지만 올 7월부터는 매달 50만명씩 가파르게 순증하고 있다.

활발하게 이용하는 빈도를 보여주는 다운로드 수치도 하루 100만건을 기록해 연말까지 1억건 돌파가 유력하다. T스토어에 등록된 앱도 6만개를 넘어서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에 등록된 전체 앱(약 10만개)을 빠르게 쫓고 있다.

지난해 9월 T스토어가 출범할 때만 해도 `애플 앱스토어의 아류` `보잘것없는 콘텐츠 창고`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많았지만 이를 보기 좋게 극복한 셈이다. 삼성 앱스, KT 올레마켓, LG 오즈스토어 등 국내 다른 앱스토어와 비교해도 T스토어의 규모는 독보적이다.

이진우 SK텔레콤 데이터사업본부장은 "하루 100만 다운로드면 이용자들이 활발히 이용하는 앱스토어로 정착했다는 의미"라며 "애플이나 구글이 아닌 글로벌 이통사 중에 이 같은 성장세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루 유료 매출액이 1억원을 넘어섰다는 점도 의미 있는 성과다. 유료 매출이 늘수록 앱 개발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그만큼 커진다. `앱 등록 증경다운로드 활성화→유료 매출 증대→앱 등록 촉진`의 선순환 구조가 강화될 수 있다.

T스토어는 통신사업자가 만든 앱스토어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1위 사업자 버라이존이 최근 자체 앱스토어 `V캐스트`를 개시했다. 안드로이드마켓이 보안 문제와 유료 결제 문제 등으로 미흡함을 드러내자 통신사업자들이 직접 앱스토어를 운영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T스토어가 `한국 대표 앱스토어`로 자리매김한 데는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의 오픈형 에코시스템 전략이 큰 역할을 했다.

정 사장은 지난 25일 T타워 본사 회의실에서 가진 직원과의 대화에서 "우리의 강점인 콘텐츠 개발 능력과 지적 노하우를 외부로 개방해 에코시스템을 육성하는 게 결국 우리의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이 2001년부터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네이트`를 오픈해 500만개나 되는 콘텐츠 앱을 만들었음에도 글로벌화는 물론 국내 시장도 장악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확장성 부족 때문이라는게 정 사장의 뼈저린 반성이다.

출혈 마케팅 경쟁을 지양하고 세계적인 `서비스 플랫폼` 회사로 변모하겠다는 정 사장의 경영 전략은 다양한 형태의 개방정책으로 표출되고 있다.

모바일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올 3월 설립한 T아카데미는 최근까지 3000명의 수강생을 배출했다. 연간 목표인 5000명을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또한 SK텔레콤은 지난 10월 앱 개발자의 창업과 콘텐츠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개방형 상생혁신센터(OIC)를 구축하고 외부 개발자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의 보물로 꼽히는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과 문자메시지의 기반기술(API)은 12월 초 전격 공개될 예정이다. 앱 개발자들은 이 소스 코드를 활용해 다양한 앱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외부 개발자와의 상생 노력은 이뿐만 아니다. 안드로이드 무료 앱에 광고를 게재할 수 있도록 하는 모바일 광고 서비스 `T애드`(가칭)를 이르면 연내 상용화할 예정이다. T애드가 가동되면 앱 개발자들은 유료 앱이 아닌 무료 앱을 만들어도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아이폰 돌풍 속에 한국 정보통신업계의 늑장 대응 지적이 많았지만 SK텔레콤이 한국형 앱스토어를 안착시키고 갤럭시Sㆍ갤럭시탭 출시와 개방형 에코시스템 구축으로 애플 아성에 대항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황인혁 기자/손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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