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가을의 끝자락을 지나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을 때 활짝 피울 그 무엇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한 때다. 이처럼 세상은 각 시기별로 해야만 할 일들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우리 산업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준비해야 할 때에 와 있다. 특히 지금이 새로운 성장에 불을 지펴야 할 적기로 보이는데 그것은 다음 두 가지 때문이다.
첫 번째는 역설적이게도 근래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이 상당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것에서 비롯한다. 현재 우리의 주력 산업은 대개 1970, 1980년대에 씨를 뿌렸던 산업들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등의 산업이 바로 지난 30년간 공을 들여왔던 산업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들은 중국, 인도 등 신흥개발국의 맹추격을 받고 있어, 이들에게만 전적으로 미래를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전통 주력산업을 보완하고 교체하는 노력을 통해 향후 10년 이상 새로운 먹을거리가 될 산업을 적극 발굴하고 투자해야 한다.
두 번째는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효율성이 경제성장의 주요 패러다임이었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환경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세계 산업구조는 저탄소, 환경 친화적 체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또 IT를 중심으로 산업 간의 융합이 가능해지면서 융합에 의한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 한가운데 서 있는 만큼 한 걸음이라도 빨리 신성장동력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하는 순간에 서 있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 먹을거리인 신성장동력을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하지만 먼저 세계 시장변화를 면밀히 살펴보고 우리의 강점을 밝혀내는 것부터 시작하면 보다 수월할 것이다. 우선 우리와 가장 이웃해 있으며 경쟁 강도가 높은 중국과 일본의 경우부터 살펴보자. 중국은 지난 10월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향후 5년간 집중 육성할 7대 전략산업으로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 신흥 정보기술,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신에너지 자동차, 첨단장비 제조, 신소재를 선정, 공표했다.
일본 정부도 지난 6월 향후 10년간 일본의 핵심 경제산업정책을 담은 ‘신성장전략’에서 환경에너지대국, 건강건국, 아시아경제, 관광ㆍ지역, 과학ㆍ기술ㆍ정보통신, 고용ㆍ인재, 금융 분야를 7대 전략분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렇듯 최근에 발표된 중국,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주요국 및 다국적 선진 기업들의 미래 전략 산업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된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는데 크게 친환경, 에너지, 모바일, 바이오, 헬스케어 5가지 산업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분야는 무엇인가. 첨단 융합의 시대에 다른 산업의 부가가치를 한 차원 높이며 경쟁국들을 압도할 수 있는 핵심역량으로 무엇을 꼽을 수 있겠는가.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업무를 처리하고,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빠르고 안정적인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지닌 우리나라의 IT산업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미 경주는 시작되었다. 빠르게 변화하고 더욱더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우리의 최대 강점이자 핵심역량인 IT환경과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여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하여 한 차원 더 높은 IT융합 산업 발굴과 친환경, 그리고 첨단 미래 산업분야를 개척하여 세계 경제의 확실한 주류로 자리하기를 기대한다.
정경원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 kwchung@nip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