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 신현순 박사(hsshin@etri.re.kr)
21세기 초 정보통신기술(ICT) 핵심 키워드가 스마트폰이라는 데 아무런 이견이 없다.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스마트폰은 광범위하고 깊이 있게 우리 생활에 파고들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에 버금가는 미래에 핵심 시장은 무엇일까.
수많은 정보와 첨단 제품 홍수 속에 살고 있는 현대 소비자에게 제품의 좋은 기능과 품질은 당연한 것이고 이들은 가슴에 와 닿으며 감성을 만족시키는 제품을 원한다. 경기 침체에도 고가 브랜드 상품 매출이 늘고, 경험 마케팅, 감성 마케팅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는 것이 이 세태를 반영한다.
이런 현실에서 볼 때 소비자가 기대하는 미래 산업 기술의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바로 감성과 ICT의 융합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감성과 ICT의 만남은 어떤 형태일까?
감성과 ICT 융합을 ‘감성ICT’라 하는데, 이는 외부 환경에 의해 인간을 자극했을 때 뇌를 통해 나타나는 신체적인 반응인 감성을 인지해 전송하고 전달된 정보를 바탕으로 타 분야의 기술과 융합해 개인에게 유용한 환경으로 조절하거나 개선된 감성 상태를 일으키는데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말한다. 예컨대 맥박이나 뇌파· 언어 ·표정 ·생활습관 등을 읽어 사용자 기분을 파악한 뒤 여러 제품과 서비스 기능을 제어한다. 즉 “나를 알아주는 세상이 오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감성ICT를 적용해 카메라로 얼굴을 찍으면 표정에 따라 사용자환경 (UI)이 자동으로 바뀌는 것이 가능해진다. 학교 등에 설치하는 폐쇄회로에 적용하면 영상에 비친 인물의 감정이나 분위기에 따라 수상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파악해 범죄 예방에 사용할 수도 있다. 감성ICT가 TV에 접목이 되면 TV시청자가 머릿속으로 생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TV 채널이나 볼륨을 조작할 수 있고 자동차에 적용되면 운전자의 피로, 흥분, 위험상태 등을 파악해 안전운행을 유도할 수 있다.
너무 먼 미래를 보지 않아도 휴대폰으로 전달된 상대 목소리를 분석해 통화자의 감성 상태가 어떤지 분석해주거나 애인이 현재 나를 사랑하고 있는지를 분석해주는 프로그램, 조작패드나 조이스틱 같은 보조물 없이 카메라로 표정을 읽고 선수가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를 판단해 점수를 매기는 골프와 사격 게임 등 이미 상용화된 감성ICT 사례들이다.
이미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감성ICT의 연구 개발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MIT· MS ·NTT도코모· 어펙티브 미디어 등 글로벌 연구기관에서 감성융합기술을 차세대 프로젝트로 선정해 기술개발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도 지식경제부와 민간기업, 학계, 연구기관이 하나로 뭉쳐 핵심 감성ICT 개발과 세계 표준화의 조기 실현으로 세계시장을 선점하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21세기는 감성이 주도할 것이라고 말한다. 덴마크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한화그룹 초청대담에서 현재의 정보화 시대가 지나면 소비자에게 꿈과 감성을 제공하는 차별화의 핵심이 되는 ‘드림 소사이어티’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기술이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면 미래에는 단순한 감성 자극을 뛰어 넘어 인간의 감성을 자동 인지하고 다양한 개인의 상황에 부합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로 발전할 것이라는 얘기다.
감성ICT산업은 스마트폰시장을 넘어 다양한 산업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실 스마트폰의 성공 비결은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사용자 환경과 서비스가 사람들의 호감을 샀기 때문이었다. 스마트폰 다음 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 TV도 기술적으로는 IPTV와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감성ICT를 어떻게 접목시키는지가 성공의 열쇠다. 이제까지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실상은 사용자가 원하는 마음(감성)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하겠다는 모순이 있다. 감성ICT가 현실화되면 그때서야 진정한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다.
생각이 현실이 되는 소설 속에 꿈과 같은 이야기가 펼쳐질 날도 그리 머지않았다. 그리고 그 해답은 감성ICT가 쥐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