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만한 월급봉투가 파리 뒷다리처럼 가늘게 느껴진다. 연봉은 거북이처럼 느리게 오르는데 물가는 질주하는 백마처럼 빠르게 오른다. 모두 다 나 같다면 슬프진 않겠는데 남들의 연봉을 듣고 나니 술 푸게 된다. 이 나이, 이 경력에 이런 연봉을 받는 사람은 없을 거다. 언제든 솔깃한 기회만 온다면 뒤도 안돌아보고 옮길 거다.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기보다 속 시원히 연봉 좀 올려달라고 독대를 해볼까?
팔지 않더라도 시세를 확인하는 주식시장처럼 시세대비 내 가치를 파악하는 것은 필요하다. 익은 감 떨어질 때 기다리듯 알아서 오르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찔러보고 흔들어봐야 한다. 다만 준비하고 어필하자. 연봉은 내 경력만큼, 내가 받고 싶은 만큼, 내 생활비가 넉넉할 만큼 책정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가 내게 투자할 가치만큼 책정한다. 내가 받는 연봉액수가 핵심이 아니라 내가 기여하는 가치가 핵심이다.
내가 나가도 비슷한 일을 할 대체인력이 줄을 섰고 내가 없어도 업무가 잘 돌아간다면 연봉협상은 실패할지 모른다. 배짱 좋게 어필하려면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 연봉 올려주면 열심히 하겠다가 아니라 열심히 해서 가치를 보여줘야 연봉을 올릴 수 있다. 연봉 협상하러 가기 전에 이 질문에 대답할 준비부터 하자. ‘나에게 더 많은 연봉을 주는 것이 회사에 어떤 보탬이 되는가?’
자신을 마케팅한다고 생각하자. 고객에게 마케팅할 때, 우리가 왜 이걸 팔아야 하고 지금 얼마나 어려우며 이걸 얼마나 고생해서 만들었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고객이 이 상품을 사면 가격대비 효용이 무엇이고 경쟁상품 대비 어떤 부가가치가 있는지 이야기한다. 연봉협상도 그렇게 해야 한다. 싼 맛에 사는 물건처럼 혹시 나도 싼 맛에 쓰고 있는지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