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책사(策士)

모사(謀士)라고도 하는 이 말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여러 제후를 위해 정책이나 전략을 제시했던 지식인을 일컫는다.

요즘 모사꾼이라고 하면 교묘한 꾀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거나 이간질하는 사람 정도로 깎아내리는 경향이 있지만 옛날엔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인물을 뜻한다.

중국에는 후한말 조조 최고의 모사 정욱과 유비의 군사(軍師) 제갈량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정도전, 세조의 한명회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칟사회·경제·군사적으로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책사가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당시의 책사는 춘추와 논어는 물론이고, 수많은 병법서를 달달 욀 정도로 최고의 지식계층이었다. 제후들은 책사를 통해 백성들을 평온하게 하는 방법, 인재를 뽑는 방법, 전쟁하지 않고도 말로써 이기는 방법 등을 두루 배웠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대통령을 보필해 혼란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방법을 고민하거나 제시할 만한 진정한 책사는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북의 연평도 도발 직후 즉각 사태수습에 나서야할 국방장관은 ‘의원님들에게 보고 드리기 위해’ 국회에 발이 묶여있었다고 한다. 국가 위기사태에서 일의 전후도 가리지 못하고 장관을 붙잡은 의원들이나, 이를 뿌리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는 장관의 모습이 답답하다.

혼란의 시대가 영웅을 만들듯 진정한 책사는 국가 위기상황에서 오히려 더 빛을 발한다. 국민들은 지금과 같은 난리통에 자신들의 연봉을 챙기기 위해 관련 예산안을 빛의 속도로 통과시키는 정치권은 원하지 않는다.

대외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와 연평도 도발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과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하고, 진언하는 진정한 책사는 과연 어디에 있는 걸까?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