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분기 이동통신사 간의 치열한 단말기 보조금 경쟁으로 최고조에 달했던 휴대폰 번호이동이 4분기에 들어서면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본격적인 단말기 보조금 제한과 이통사 연말 실적 달성을 위한 비용 감소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30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월 평균 휴대폰 번호이동건수는 90만316건인데 반해 4분기(10~11월 27일) 월 평균 건수는 75만4516건으로 약 14만5800건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휴대폰 번호이동은 지난 7월 과열되기 시작해 92만건을 넘어섰다가 휴가철을 맞이한 8월 10만건이 줄어든 83만건으로 주춤했으나 다시 9월들어 94만건으로 대폭 늘어나는 등 이통사 간 경쟁이 치열했다. 반면, 10월에 큰 폭으로 감소가 시작돼 전월에 비해 약 18만건이 줄어든 76만건을 기록했다. 또, 11월 들어서도 75만건을 유지하면서 과열 양상이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이통사별로 비교할 경우,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곳은 SK텔레콤으로 3분기에 비해 4분기 번호이동 건수가 월 평균 7만여건이 줄었다. KT는 3분기 대비 4분기 월평균 수치가 약 3만건 감소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1만건 미만으로 줄어들어 타 이통사에 비해 분기별 평균 수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4분기 번호이동 감소세를 정부의 단말기 보조금 규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10월부터 단말기 보조금을 가입자당 27만원 이하로 제한했다. 이통사들은 제한에 앞서 3분기에 치열한 보조금 투입 경쟁에 나서면서 번호이동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냈다.
또 다른 감소 원인은 대표 모델 부재를 꼽고 있다. 3분기까지 아이폰에 대항한 갤럭시S의 경쟁이 불붙었으나 4분기에는 아이폰4가 등장했음에도 아이폰3GS와 달리 전체 시장에는 큰 영향을 못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이통사 연말 실적 달성을 위한 마케팅비 지출 축소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분기까지 마케팅비를 쏟아 부었던 이통사들이 연말 실적 맞추기를 위한 비용 절감에 들어가면서 단말기 보조금 지급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반면, 최근 갤럭시탭과 아이패드가 출시되고 다음달에 LG유플러스도 갤럭시탭을 선보이는 등 스마트패드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등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단말기 보조금 경쟁이 다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내년 초 신학기 등을 대비한 신형 스마트폰들도 잇따라 선보이고 번호표시제 등 새로운 번호이동 정책이 발효되면 다시 번호이동 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통신 전문가는 “올해 이통사 예산이 대부분 소진돼 마케팅 비용 지출이 줄어들어서 번호이동 시장이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든 상태”라며 “스마트패드나 신형 스마트폰의 출시, 번호표시제 등이 시행되면 내년 초부터 치열한 고객 유치전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