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위성재난통신시스템 구축해야

[ET단상] `위성재난통신시스템 구축해야

연평도 사태에 대한 비통한 심정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과거 서해 교전, 천안함 사태와 같이 북한의 무력 도발의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비통함은 한층 더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적의 포 몇 발에 모든 통신이 두절되었다는 소식에 아찔했다. 용케도 지상 기지국은 살아남았으나 전력공급의 중단으로 이동통신이 마비됐고, 방공호에서는 유선전화도 없어 바깥세상과는 완전히 두절된 상태가 돼버렸다. 통신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사람으로서 연평도에서의 전력부족에 의한 지상통신망의 단절은 매우 큰 문제로 인식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이 취약점은 무릇 연평도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고 대한민국 전역에 해당되는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 불통지역을 포함해 전쟁을 포함한 재난에 취약한 지상통신망을 대체할 방법이 있을까? 어떠한 재난에도 상황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현재 기술로는 위성통신이 유일한 대안이다. 인공위성은 지상과는 전혀 무관하게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동안 위성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지상과 통신을 하려면 단말의 크기가 너무 커야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최근엔 위성 안테나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현재 쓰고 있는 휴대폰과 동일한 크기의 단말로 위성과 통신을 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초 발사돼 현재 운용 중인 위성 테레스타(Terrestar)와 11월 발사된 스카이테라(Skyterra)가 그 대표적인 예다. 테레스타는 안테나의 크기가 18m이고 스카이테라는 22m이다. 이제까지 가장 큰 위성안테나가 2~3m인 경우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이 정도 크기의 안테나가 부착된 위성이면 현재 휴대폰에 위성칩만 장착해도 바로 위성과 통신이 가능하다.

평상 시에는 지상통신망을 사용하다가 비상 시에 버튼 하나로 위성과 통화하도록 한다면 요금 부담도 없다. 미국의 경우는 매달 2~3달러만 더 부담하면 개인휴대 위성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단말이 휴대폰 크기로 줄어들면 활용도가 매우 많아진다. 국립공원 내 휴대폰 불통 지역, 산악 지역, 해안 지역, 도서벽지 지역 등 휴대폰 통화가 안되는 모든 지역에서 통신이 가능하다. 또한 군에서도 무겁고 큰 통신장비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지므로 통신병이 따로 있지 않아도 되며, 침투작전에서도 별도의 통신장비를 휴대하지 않고 유용한 다른 무기를 소지할 수 있으니 전투력이 증강될 것이다. 걸프만 작전에서는 아주 유용하게 활용된 사례도 있다.

이외에도 GPS수신기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는 스마트폰과 결합되면 자기의 위치정보를 어떠한 상황에서도 외부에 알릴 수 있으므로 개인이 재난에 처했을 때에도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상통신망에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다. 국토가 협소해 위성통신망에 대한 효용성이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연평도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상통신망은 재난에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우리나라는 항상 준 전시상태이므로 전쟁에 의한 재난이 항상 내재되어있고, 기상이변, 산불 등에 의한 일반재난에 의한 지상통신망 파괴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대비해 정부도 매우 많은 신경을 쓰고 있으며 큰 안테나를 장착한 위성을 활용한 개인재난 휴대통신서비스 연구도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어쨌든 조만간에 위성통신을 포함한 완벽한 재난통신시스템이 갖춰져서 연평도사건과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김재명 인하대학교 정보통신공학부 교수 jaekim@in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