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다. 세상엔 비밀이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밤낮 가리지 않고 모든 말은 휴대폰이 듣고, 모든 글은 인터넷이 기억하기에 이르렀다. IT에 의해 이제 세상의 모든 비밀은 어느 컴퓨터엔가 영구 보존된다는 뜻이다. 이론적으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정보도 유출 가능하므로 사실 무서운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위가 높을수록, 돈이 많을수록 조심 또 조심한다. 휴대폰을 두 대씩 지닌 사람은 흔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휴대폰 가입자 수가 총인구 수보다 많으랴. ‘대포폰’도 인기 있다. 통화기록은 물론이고 SMS 문자정보도 통신사에 일정기간 고스란히 보관된다니 충분히 이해된다. 이메일 서비스는 아예 미국계 핫메일이나 지메일 등으로 옮겨 검찰수사에 미리 대비 중인 사람도 많단다.
노파심일까. 천만에! 전문가들의 태도를 보면 이해가 간다. 내가 아는 모 IT 관료는 휴대폰이 무려 세 대다. 모 정보보안책임자는 자신의 개인정보는 인터넷이나 PC에 절대 안 남긴단다. 그 어떤 비밀번호도 비밀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국가 정보통신기술을 관장하는 모 인사는 오히려 국가통치가 도청 없이 가능하겠느냐고 되묻는다. 이것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현실이다.
그런데도 일반국민은 ‘참여·공유·개방’의 웹2.0시대를 마냥 즐긴다. 너도나도 UCC 사진과 동영상을 미니홈피와 블로그에 바삐 올리는 중이다.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은 토론방과 채팅이 전혀 부담 없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 문화에도 흠뻑 젖기 시작했다. 마치 사생활 침해를 부추기는 모습이다. 기업이 요구하는 개인정보도 너무 쉽게 내준다. 무지해서 걱정 없는 그들이 가장 걱정이다.
다행스럽게도 내년부터는 개인정보보호법이 발효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PIMS) 인증제를 발표하는 등 국가차원의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과연 정부와 기업을 믿을 수 있을까. 글쎄다. 맡긴 생선을 앞으론 안 먹겠다고 이제야 다짐하는 고양이들인데.
그럼 어찌하나. 비밀이 없어진 디지털세상을 사는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는 매사 조심하면서 사는 것이고, 둘째는 하늘 우러러 부끄러움 한 점 없이 사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둘 다 틀렸다. 불가능한 까닭이다.
진정한 비결은 우리 모두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세상을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다. 어떻게? 우선 나부터 남을 존중해야한다. 해킹, 개인정보 유출, ‘몰카’ 범죄 등엔 철퇴를 가해야한다. 인터넷 익명성은 되찾아야한다. 검찰 수사권도 억제시켜야한다. 국회와 정부와 기업을 향해 정보인권을 부르짖어야 한다. 낮 새와 밤 쥐들이 통신망에서 단 한 마리도 서식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이주헌 객원논설위원·한국외국어대 글로벌경영대학 교수 jhl101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