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세상만사] 구제역

[키워드 세상만사] 구제역

지난 29일 경북 안동시 와룡면 서현리 양돈단지 내 두 곳에서 구제역이 의심되는 돼지가 최종 확진 판정을 받으며 반경 3㎞ 이내 2만2000여 마리의 가축이 살처분됐다. 이튿날 8㎞ 떨어진 한우 농가에서도 구제역 소 5마리가 확인되며 네이버 검색창에는 구제역, 안동 구제역 발생, 구제역바이러스 등 관련 검색이 이어졌다.

특히 이번 구제역은 A형보다 전파속도가 빠른 O형 바이러스로 밝혀졌으며 돼지 구제역의 전파력은 소보다 최고 3000배나 강해 관계 당국을 긴장케 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일부터 전국 84곳의 가축시장 중 제주도 2곳을 제외한 전국에 폐쇄조치를 내리며 긴급 방역을 실시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섰다.

구제역은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되는 급성 전염병으로 소나 돼지, 양, 염소,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에 감염되는 제1종 법정 가축 전염병이다. 전염성이 매우 강하며 입술과 혀, 잇몸, 코, 발굽 사이 등에 물집이 생기고 체온이 급격히 상승하고 식욕이 저하되어 심하게 앓거나 죽는다.

감염 동물의 수포액이나 침, 유즙, 정액, 호흡공기 및 분변 등과 접촉하거나 오염된 축산물 및 이를 함유한 식품 등에서 직접적으로 전파되고, 감염 지역 내 사람과 차량, 물, 기구 등으로도 간접 전파된다. 이 때문에 구제역이 확인된 지역의 가축은 타 지역 전파 예방 차원에서 모두 도살 후 매장 처리한다.

구제역은 잠복기간이 2일에서 2주일 정도이며 폐사율은 5~55% 정도다. 특별한 치료법이 없으며 바이러스의 변형이 매우 쉽게 일어나 수많은 혈청 형(아형)이 생긴다. 예방약은 구제역 바이러스를 특수 시설 하에 배양해 만들지만, 예방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구제역이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극히 일부 국가에서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6번째다. 1934년 처음 구제역이 발병한 뒤 한동안 발생하지 않다가 2000년 3월 경기도 파주 지역에서 발생하여 충청도 지역까지 확산, 큰 피해를 입힌 바 있다. 올해에는 1월에 경기도 포천과 연천에서 4월에는 인천 강화와 경기 김포, 충북 충주, 충남 청양에 구제역이 발병한 바 있다.

구제역 청정국에서 제외되면 가공품을 제외한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수출길이 막히고 국내 소비도 줄어 축산 농가가 피해가 우려된다. 구제역은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감염된 소나 돼지고기를 먹더라도 인체에는 영향이 없다. 하지만 사람이 바이러스 이전의 매개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축사에 구제역 유사증상이 의심되면 즉시 신고해야 한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