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의 1000분의 1크기인 100㎚ 이하가 되면 일반 방식으로는 기계적 물성 측정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새로운 측정 방법이 필요합니다. 박막의 고유진동수를 재는 방법으로 10㎚급의 온도 변화에 따른 응력까지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자체개발한 이유입니다.”
나노메카트로닉스 기술개발사업단(단장 이상록)의 핵심 과제 중의 하나인 10㎚급 측정 원천기술 개발을 맡고 있는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역학연구실의 이학주 책임연구원은 “연구개발에 필요하다면 장비도 직접 개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학주 연구원은 기계연에서 400여명이 넘는 연구원 가운데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R&D에 ‘미쳐사는’ 세계적인 나노분야 측정 전문가다. 그가 내놓는 연구성과마다 세계 최고와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레 따라다닌다.
전사공정으로 제작한 29㎚급 Au(금) 박막시편 탄성계수 측정기술과 30㎚급 알루미늄 박막의 응력 측정, 금 박막 시편의 기계-전기저항 변화 측정, 탄소나노튜브(CNT)-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투명전도성 필름의 역학-전기 복합물성 측정 등의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 올해 노벨물리학상이 주어진 꿈의 신소재 ‘그래핀’과 SiO₂(이산화규소) 박막을 3.2㎚ 수준에서 점착력을 비교할 수 있는 ‘그래핀 점착제어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원은 “100㎚급 시편의 변형률을 비접촉식으로, 실시간 측정하는 장비는 일본과 우리 나라에만 있다”며 “저항메모리와 태양전지, OLED, 바이오센서, 나노소재조립 등의 디바이스 제작의 기반이 되는 필수적인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초 박막의 물성측정 분야에서 국제표준 1건이 나올 예정입니다. 현재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 4건의 측정원천기술과 관련한 국제표준을 문건을 제출,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기술 상용화에도 드라이브가 걸렸다. 프론티어연구성과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기술이전료 수익만 2억6500만원을 올렸다. R&D 참여기업으로 들어와 있는 알앤비와 JML, 세크론에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의 측정 장비를 수입해 쓰는 실정”이라며 “과제가 마무리되면 세계 최고수준의 측정기술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노·마이크로 소재에 대한 ‘물성DB’를 구축해 국내 연구원이나 기업인들이 활용하도록 할 계획도 세워놨다. 이 DB를 활용할 경우 각종 나노제품 설계기술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측정결과를 검증할 표준화된 방법이 없다보니 다양한 검증접근법이 필요하고, 그래서 검증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이 가장 큰 애로입니다. 아무도 모르는 길을 가는 것이 쉽지 만은 않습니다.”
이 연구원은 “프론티어 연구개발의 혜택을 9년간 받다보니 좋은 성과를 많이 낼 수 있었다”며 “연구의 질적인 향상과 상용화 측면에서 볼 때 이 같은 프로그램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