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2011년 사장단 인사를 관통하는 철학은 ‘미래(Future)’ ‘젊음(Young)’ ‘개방(Open)’으로 압축된다. 삼성 후계자인 이재용 사장과 함께 미래의 삼성을 이끌어 갈 참신한 얼굴들이 대거 발탁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은 이번 인사에서 이재용, 이부진 두 남매를 동시에 사장으로 승진시킨 데 이어 1년 차 미만의 부사장들을 사장으로 전격 발탁하면서 ‘10년 후 삼성’을 위한 진영을 꾸렸다. 이에 따라 주초 단행될 삼성그룹 계열사 임원 승진인사와 조직개편에도 이 같은 경영진의 의중이 반영될 전망이다.
◇이재용과 이부진, 나란히 승진=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의 사장 승진은 이번 삼성그룹 인사의 하이라이트다. 호텔신라 경영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냈다고 하지만, 두 단계 특별승진에다 대표이사에까지 임명된 것은 의외라는 게 주변의 반응이다.
삼성 안팎에서도 이부진 전무의 사장 승진을 놓고 이건희 회장이 복합적인 메시지를 담았다는 평가다. 후계자로 거론되는 이재용 사장에게는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는 무언의 암시를 전달한 셈이다. 이병철 선대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을 이끌어가기 위해 보다 철저한 준비와 노력을 해달라는 당부를 이번 인사에 담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삼성그룹 내 전자부문과 비전자부문 간의 계열분리 등 지배구조 변화까지 염두에 둔 사전포석으로 풀이한다.
장남 이재용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도 삼성전자 대표이사에 발탁하지 않은 것은 경영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고, 삼성전자를 포함한 그룹 경영을 착실히 배울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최지성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앞으로 1∼2년 더 경영수업을 받을 전망이다.
◇실력 갖춘 젊은 인재 중용=이번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는 또한 실력과 능력을 갖춘 젊은 인재는 과감히 기용하겠다는 이건희 회장의 의지가 담겼다. 순혈주의를 벗고, 외부 영입인사도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사업부장에 오를 수 있음을 제시했다. 실제로 삼성은 이번 인사에서 ‘젊은 피’로의 체질개선을 과감히 했다.
2007년 GE에서 영입한 최치훈 사장에 이어 미국 이동통신사 AT&T와 TI를 거친 우남성 부사장과 IBM 출신의 고순동 부사장을 사장에 내정한 것은 이를 반영한다.
‘영 삼성’도 현실이 됐다. 이번에 단행된 사장단 인사로 삼성 신임 사장단의 평균 연령은 지난해 53.7세에서 51.3세로 더 낮아졌다. 삼성 사장단 전체 평균 연령 역시 57.9세에서 55.8세로 변했다.
◇2011년 삼성, 어떻게 운영되나=삼성그룹 내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신설되면서 삼성그룹은 보다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미래투자 및 신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위기론을 말하는 이건희 회장은 100년 삼성을 위해 필요한 의견을 김순택 부회장이 이끄는 미래전략실을 통해 반영하고, 최지성 부회장이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는 역할분담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사장은 최지성 부회장과 지근거리에서 호흡을 맞추면서 미래의 대표이사 경영수업을 받게 된다. 이른바 ‘준비된 최고경영자’가 되기 위한 담금질에 돌입할 전망이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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