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기획]최지성 부회장, 삼성전자 대표 선장으로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이 부회장 승진과 함께 단독대표로 ‘삼성전자호’ 방향타를 잡았다. 이로써 COO를 맡은 이재용 사장과 함께 강력한 ‘투톱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특히 전통적으로 공대가 강한 삼성전자에서 처음으로 상대 출신이 부회장에 올랐다.

매사 일처리가 꼼꼼하면서 원칙을 중요시 하는 최 부회장은 스스로 장사꾼이라고 말할 정도로 전형적인 비즈니스맨이다. 서울대 무역학과 출신으로 삼성물산에서 잡화 수출을 시작으로 삼성전자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반도체를 팔면서 ‘디지털 보부상’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2006년 삼성 TV를 세계 1위로 도약시킨 주역으로 보르도 LCD TV 등을 히트시키면서 삼성이 TV사업을 시작한 지 34년 만에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데 기여한 일등 공신이다.

올해도 뛰어난 실적을 발휘했다. 전자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른 연결 기준으로 올해 1분기에 영업이익 4조41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분기 영업이익 5조원 시대를 개막했다. 이는 2분기 연속 분기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이라는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3분기 역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뿐 아니다. 3분기에 올해 삼성전자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HTC를 누르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4위로 발돋움했다.

최 부회장은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 시절부터 당시 이재용 전무와 해외 전시행사 등을 함께 다니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포스트 이건희 회장 시대’ 핵심 인물로 평가돼왔다. 강원 삼척 출신으로 1977년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과 첫 만남을 시작했다. 이후 1993년 삼성회장비서실 전략1팀장, 2004년 디지털미디어(DM) 총괄 겸 디자인경영센터장 사장, 2007년 정보통신총괄 사장 등을 거치며 지난해 1월엔 완제품(DMC) 부문장에, 올해에는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최 부회장이 그룹에서 주목을 받은 시점은 1985년 삼성반도체 구주법인장으로 발령받으면서부터다. 당시 황무지나 다름없던 유럽 반도체시장에서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며 유럽 곳곳을 누볐다. 노력의 결실로 그는 부임 첫해 반도체 100만달러 상당을 판매하는 쾌거를 기록했다.

삼성 측은 승진 배경에 대해 “TV사업의 글로벌 1위 위상 확보와 함께 휴대폰 사업의 1위 도약 기반을 마련한 성과가 인정됐다”며 “여기에 반도체 시장 지배력을 확고히 하면서 신규 사업을 공고히 다져나갈 적임자로 평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