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기획]“문서 출력 맡겨만 주세요”

국내 사무기 시장에 ‘통합출력관리서비스(MPS)’가 새삼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2005년 국내 소개돼 최신 서비스가 아님에도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부쩍 각광을 받는 모습이다. 초기 소수의 사무기기 업체들이 주창하던 개념이 이젠 업계 전반에 확산돼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없으면 안 될 요소가 됐다.

◇출력관리서비스가 뭐길래=프린터·복사기·팩시밀리 등의 사무기기는 몇 년 전만 해도 대량 구입해 쓰거나 렌털 방식으로 빌려 쓰는 대상이었다.

특히 문서 출력량이 많은 금융권의 경우 프린터는 직원 1인당 1대씩 쓰는 걸 당연시 하는 분위기였고 구매 담당자들은 쏟아지는 신청을 처리하느라 바빴다.

하지만 사무기 구매량이 늘면 늘수록 용지·토너 등 소모품 사용량 역시 갈수록 커졌다. 이는 고스란히 비용 증가로 쌓여 갔다.

통합출력관리서비스(MPS)는 여기서 출발했다. 날로 증가하는 사내 출력 비용에 부담을 갖는 수요자의 고민을 덜어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잡기 위해 사무기기 전문 업체들이 고안해 낸 것이다.

프린터 배치부터 소모품 공급까지 문서 출력과 관련해 비용 절약법을 사무기기 업체들이 알려주고 비용을 받는 출력에 관한한 일종의 토털 아웃소싱 서비스다.

◇떠오르는 기회=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업무 생산성 향상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위기를 겪는 과정서 새로운 성장기회를 찾기 위해 구조조정, 비용 절감을 절실하게 느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제품 판매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총소유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맞춘 출력관리서비스가 눈길을 끈 것이다.

채성준 가트너코리아 부장은 “과거엔 출력관리서비스가 무엇인 지 수요자 측에 일일이 설명해야 했다면 이제는 기업들이 스스로 서비스 도입을 검토할 정도로 인식이 넓어졌다”며 “경제위기 이후 올해 수요가 다시 살아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실제 올해 눈에 띠는 대형 계약들이 이어졌다. 국내 프린터업계 최대 ‘빅딜’로 관심을 모아온 외환은행 입찰에선 한국HP가 수주를 했고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신도리코와 계약을 맺었다. 또 삼성전자는 대형 보험사와,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은 건설·자동차 업체와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잡기 경쟁=출력관리서비스는 프린터 등 사무기기 업계 알짜 사업이다. 한 번 계약을 맺으면 수 년간 이어지는 장기계약인데다, 특히 잉크·토너·드럼·종이 등 소모품 일체를 독점 공급하기 때문에 매출 규모는 물론이고 이익 측면서도 고수익을 낼 수 있다.

지난 11월 있었던 외환은행과 HP의 계약은 양사 방침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공급되는 기기만 2500여대에 달한다. 또 한국HP는 앞으로 4년간 외환은행 전국 지점의 출력물 관리를 독점 관리키로 했다.

고수익 사업으로 각광을 받자 업계 내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HP·후지제록스·삼성전자·신도리코 등이 출력관리서비스를 모두 선보인 가운데 엡손이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엡손은 “MPS를 제공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분야 개발에 힘을 쏟고 있으며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정용 프린터 시장뿐 아니라 상업용 라벨 출력용 프린터 등 제품군을 늘려 각 기업 고객에 맞는 제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HP는 MPS를 통해 출력 관련 비용을 이전보다 30% 이상 절감하지 못할 경우, 비용을 되돌려주는 파격적인 보상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예상 출력비 절감액을 산출한 이후, 고객이 예상 비용을 절감하지 못하면 그 차액을 보상해 주는 것으로 뉴질랜드·호주·싱가포르에 이어 우리나라로 확대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