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남들은 우주로 향하는데…

미 항공우주국(NASA)이 이달 초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 근거를 제시했다. NASA가 비소(As)를 먹고사는 박테리아 발견을 발표하면서 과학기술계의 외계 생명체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었다.

비소는 원자량이 74.92고 원자번호는 33번인 금속 미량원소다. 인체의 세포호흡에 관여하며 에너지를 생성하는 미토콘드리아 변형을 유발하는 물질로도 알려져 있다.

이 발표가 외계인의 실체를 규명한 것은 아니어도 과학기술계는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외계생명체의 본질과 형태를 지구적인 사고방식으로 규정하기 보다는 우주적인 차원에서 접근한 첫 사례기 때문이다. 생명과학적인 존재의 의미에 대한 보편 타당성에 흠집도 났다.

과거부터 과학기술계는 외계 생명체와 관련해 UFO(미확인비행물체)의 존재유무에 관한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입증이 어려우니 외계인이 타고 다닌다는 설에서부터 로봇이 아니냐는 설도 있고 심지어 UFO 추종단체까지도 생겨났다.

아폴로 13호의 주인공 닐 암스트롱이 달에서 UFO를 보고는 충격을 받아 칩거했다는 설도 있다. 달의 41번째 구역에는 15층 짜리 유리건물이 세워져 있는데 이 건물이 외계인이 만든 것이라는 설과 달의 물질파 속도를 측정한 결과 전체가 비어 있는 공같은 구조물이고 이게 바로 수 만년 전 만들어진 UFO라는 설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이야기가 떠돈다.

지난 2008년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길이 27㎞의 초대형 강입자가속기에서 양성자 광속 충돌실험을 통해 우주 탄생 이론인 대폭발(big bang) 현상을 재현한다고 해서 과기계의 관심을 끌었다. 미니 블랙홀을 만들어 우주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증명해 보는 실험이고 이 과정에서 과학자들은 물질의 기본단위에 모양과 부피를 갖게 하는 가설상의 입자인 ‘힉스’를 찾자는 것이 목표였다.

일각에서는 실제 ‘미니 빅뱅’이 구현될 경우 지구 전체가 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우주개발과 관련한 계획이 없는 건 아니다. 오는 2020년엔 현재 개발 중인 발사체 ‘KSLV-Ⅱ’에 500㎏급 달탐사 궤도위성을 얹어 쏘아 올릴 계획이다. 2025년엔 무인 달착륙선도 보낸다.

그러나 미국이 1970년 4월에 유인 탐사선 아폴로 13호를 달에 보냈으니, 우리와의 기술 격차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술 개발과는 별도로 CERN에서는 대부분의 연구들이 처음 이뤄지는 것이다보니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도 많이 배출했다. 중성미자나 반양성자 등의 분야에서 7명이나 된다. 가속기와 관련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전체 101명의 20%가 넘는 23명이다.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장에서도 ‘15 대 0’이 논란이 됐다. ‘15 대 0’은 일본과 우리나라 노벨과학상 수상자 비교 수치다.

우리는 아직도 가속기 도입 문제로 2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번 회기 내에 ‘과학벨트 특별법’이 통과될지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출연연 거버넌스는 언제 결판이 날지도 예측할 수 없다. 때를 놓쳤다는 시각도 나온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은 이미 저만치 가고 있다. 뒤따라가는 입장에서 아직도 갑론을박으로 보낼 시간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