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해주는 사람이 없다” “바빠서 사람 만날 시간이 없다” 등 짝 없는 싱글 남녀의 즐겨찾기 멘트는 곧 구문이 될 전망이다. 연애나 결혼을 위해 사람을 소개받고 만나는 과정이 ‘소셜화’되고 있기 때문. 국내에서는 온라인으로 누군가를 만나는 행위는 위험하다는 편견이 지배적이지만 영국에서는 최근 이혼하는 커플의 20%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만난 사람과의 ‘외도’ 때문이라고 보도된 바 있다. 그만큼 SNS를 통해 오프라인 인간 관계가 상당부분 온라인으로 넘어가 있는 셈이다.
오는 2011년 IT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여전히 ‘소셜’이다. 이는 단순히 미투데이, 페이스북 등의 SNS만을 이르는 말이 아니라 패러다임의 변화를 뜻한다. 소셜의 정의나 개별 서비스 구현 형태는 저마다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형성된 공감대가 있다면 ‘오프라인상에서 사람들끼리 얼굴을 맞대고 이뤄졌던 인간관계, 상거래 등 모든 사회적인 행위가 온라인으로 이사를 간다’는 것이다.
온라인 사회 역시 사람이 모이면 시장이 생긴다. 소셜커머스(SNC), 소셜게임(SNG)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시장이 바로 ‘데이트’, 즉 소셜데이팅(SND)이다. 아는 사람의 소개가 아니면 만나기도 힘들었던 사적인 영역 역시 온라인상에서 ‘소셜’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
◇미국, 소셜데이팅이 일상 생활로=트위터, 페이스북 등 국내 시장에 소셜 ‘붐’을 일게 만든 글로벌 서비스를 탄생시킨 ‘소셜’의 본고장 미국은 이미 소셜데이팅 시장 규모만 1조5000억원에 달한다. 그루폰 등이 촉발한 소셜커머스 시장의 규모인 1조원보다 더 큰 셈이다.
소셜데이팅 시장은 특히 미국 내 젊은 층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소셜데이팅 사이트 ‘주스크(zoosk.com)’의 경우 이용 고객 3000만명 중 70%가량이 30세 미만이다. 안드레이 테르노브스키라는 18세의 러시아 학생이 만든 영상 채팅 사이트 ‘챗룰렛(chatroulette.com)’도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갈구하는 인간의 욕구와 맞아떨어지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상황이 이렇기에 미국 젊은이들이 즐겨보는 영화나 드라마에 소셜데이팅에 관련된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뉴욕 상류층 남녀의 일상을 그린 미국 드라마 ‘가십걸’에서 극중 댄 험프리가 세레나 반 더 우드슨과의 데이트를 앞두고 연애 코치를 물색하는 곳은 미국 최대의 소셜데이팅 서비스인 ‘매치닷컴’이다. 로맨틱코미디 영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에서 메리(드류 베리모어)가 운명의 상대를 찾는 곳은 2009년 뉴욕 젊은이들이 뽑은 최고의 데이팅 서비스 ‘오케이큐피드(OkCupid)’다. 즐겨보는 영화, 드라마에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이미 일상화된 문화인 셈.
미국 듀크대학교가 2006년 발표한 논문 ‘미국 인터넷 데이팅의 인구학’은 인터넷 데이트 및 사용형태에 관한 최초의 국가 조사결과를 수록했다. 3000만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구통계학 조사에서 이 중 15%는 소셜데이팅 사이트에서 배우자나 장기적으로 발전된 관계를 만났다고 전했다.
이 보고서는 “면대면 관계에서는 신체적으로 매력적인 남성이 재정 자원과 여성을 소유한다는 기본 원칙이 있지만 온라인 데이트 관계에서는 이 부분이 보완된다”며 “온라인 데이트의 로맨틱한 측면이 유대관계를 진전시킨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국은 시장 형성 중=우리나라의 경우 관련 시장은 극단적으로 양분화된 상태였다. 개인의 학력, 직업, 수입 정도 등을 입력하고 조건에 맞춰 주선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선우, 듀오 등 결혼정보서비스와 익명으로 이뤄지는 인터넷 채팅이 그것이다.
결혼정보서비스는 이른바 ‘스펙’이라 불리는 조건을 부르고 결혼을 전제로 만나야 하는 만큼 당장의 결혼보다 연애를 통한 장기적 관계를 원하는 계층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기 쉽다. 반대로 인터넷 채팅은 이미 ‘은밀’한 퇴폐적 만남이나 인터넷 ‘범죄’의 도구로 이용된 지 오래다.
한국은 지난 2009년 말부터 스마트폰과 SNS가 보급되면서 소셜데이팅 사이트가 이제 막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 5월 창업한 이음소시어스(대표 박희은)의 ‘이음’은 국내 시장을 선점하다시피 했다. 현재 가입자 4만명, 실사용자 90%에 육박하는 이음은 친구가 해주던 20·30대 소개팅 문화를 온라인으로 옮겨온 소셜데이팅 사이트다. 임직원 15명의 평균 연령이 25세인 이 벤처회사는 젊은 감각과 빠른 트렌드 파악능력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서비스를 하고 있다.
매일 낮 12시 30분마다 그날의 운명을 소개해 준다는 컨셉트로 남녀를 매칭시키며 이용자는 상대방이 마음에 들면 OK버튼을 누르고 연락처를 교환해 만날 수 있다. 상대는 24시간마다 바뀐다.
가입자는 20세부터 39세까지로 제한하고 있으며 남녀 회원의 비율을 일대일로 맞추기 때문에 가입승인 대기자만 5000명에 달한다. 자신의 개성과 특징을 설명하는 ‘프로필’을 성의없이 작성한 사람은 가입되지 않는다.
박희은 이음소시어스 대표는 “젊은 싱글 남녀에겐 오프라인 결혼정보업체가 알게 모르게 거부감이 있고 젊은 수요에 맞는 온라인 매칭 서비스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소셜데이팅 분야는 미국 온라인 시장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산업이지만 한국에서는 전무한 블루오션”이라고 말했다. 이음 서비스는 현재 유선 인터넷상으로만 가능하지만 곧 모바일 전용 서비스도 제공될 예정이다.
이 밖에 ‘이츄(It’s you)’도 소셜데이팅을 표방한 서비스다. 이츄는 ‘이매진’ ‘믹스매캄 ‘라이프스타일 매캄라는 특허출원한 과학매칭 기술로 남녀 회원을 이어주는 서비스다. 이 기술로 개인의 성격 유전자, 취향, 이상형을 알아보고 잘 맞을 만한 이성을 소개시켜 주는 방식이다. 이츄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나와 있다.
◇소셜데이팅 미래=소셜데이팅 산업은 온라인 게임과 디지털 음원 등에 버금갈 정도의 큰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 기대되고 있다. 지금은 국내 서비스가 ‘캐주얼한 매칭서비스’에 머물고 있지만 향후 기술과 트렌드의 진화에 따라 얼마든지 더 ‘소셜’한 요소가 접목된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얼굴 인식 기술도 기대주다. 실제로 애플이 인수한 스위스 기술기업 폴라로즈는 모바일 카메라로 얼굴을 비추면 그 사람과 관련된 데이터를 읽어낼 수 있는 ‘얼굴 인식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얼굴인식 기술은 내년에 출시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애플 ‘아이폰5’에 탑재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얼굴인식 기술을 응용해 사람과 사람의 ‘인연 지수’를 알려주는 모바일 서비스도 출시돼 있다. 올라웍스가 개발한 ‘우리사이’ 앱은 얼굴인식 엔진으로 두 사람의 얼굴 주요 부위의 특징값을 추출하고 독자적인 알고리듬을 거쳐 인연지수와 관련 콘텐츠를 보내주는 서비스다.
박희은 대표는 “소셜 붐을 타고 우후죽순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는 것이 우려스럽지만 지금은 소셜데이팅이 도약하는 과도기 단계”라며 “소셜데이팅도 소셜커머스와 마찬가지로 젊은이의 트렌드와 맞게 재미있고 독특한 신개념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