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를 바라보는 주요국들의 시선은 말 그대로 예의주시다. 연평도 피격 사건으로 조성된 한반도 긴장관계가 자국에 미칠 정치 외교적 파장을 따지는 것은 우선이다. 자국의 영향력을 유지,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엿보면서 그 와중에 얻어낼 수 있는 경제적 실익도 놓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당장 일본을 보자. 지난 주말 한미 FTA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현지 언론들은 자국 자동차·전자 산업의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한국의 자동차·전자 산업 경쟁력이 일본을 위협하는 수준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말 연평도 피격 사건이 발생하자 대만의 한 현지 언론은 자국내 LCD 패널 업계에 호재가 될 수 있다며 ‘기대감’을 피력했다. LCD 패널 시장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이 수출에 타격을 받는다면 대만에는 간접적인 수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 아닌’ 안보 정국 속에 한미 FTA가 타결됐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피격 사건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올 들어 글로벌 금융 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했다며 전세계의 부러움을 샀다.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이쯤 되면 꽤 괜찮은 한해를 보낸 셈이다. 차분한 자축 분위기속에 내년 우리 경제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할 시기였다. 만약 이때 한미 FTA 이슈가 불거졌다면 아마 지금보다 더 뜨거운 논란이 자명했을 터다. 웬만한 현안들은 안보 정국에 묻힌 지금 새삼 타이밍이 절묘하게도, 공교롭게도 느껴지는 이유다. 대통령도 인정했듯 한미 FTA는 물론 경제 논리로만 접근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정략적 목표가 최우선이 될 수도 없다. 이번 한반도의 안보 정국으로 결국 얻은 쪽은 북한과 미국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나온다.
실제 한국의 전자 업계만 놓고 보면 한미 FTA로 인한 직접 효과는 적다. 생산 거점 현지화 등으로 지금도 대부분 무관세 혜택들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겉으론 우려하고 있다지만 한미 FTA 덕분에 특별히 나을 것도 못할 것도 없는 게 사실이다.
안보 정국 속에서 한미 FTA를 포함해 그동안 놓쳤던 경제적 현안들은 없는지 꼼꼼히 살폈으면 싶다. 아직은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내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