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기술대상]기고-안현호 지경부 1차관

어느 지인이 나에게 이런 화두를 던진 적이 있다. “기술은 따뜻한가?”

과학과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가운데, 기술이 우리 사회와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담긴 화두이다.

예전에 ‘터미네이터’라는 영화가 있었다. 영화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기계가 인간에게 전쟁을 선포하고, 인간을 말살하려 한다는 다소 우울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세기에는 산업혁명의 발생지인 영국에서 ‘러다이트 운동’이 있었다. 기계 때문에 일자리를 뺏긴다고 생각하는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하는 시위였다.

터미네이터와 러다이트 운동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대한 불신과 소위 ‘기술 디스토피아’에 대한 우려이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름다운 유토피아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황폐하게 하고,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를 가져온다는 다소 우울하고 어두운 생각이 담겨있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굳이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모든 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항상 체감하는 일이다. 기술의 발전 덕분에 우리의 삶은 분명히 과거보다 더 윤택해졌고,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발전의 공로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우리는 기술이 불러올 어두운 미래를 걱정하는 것일까? 이는 그 동안 우리가 ‘기술의 차가운 면’에만 집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인간이 제외된 기술, 감성 없이 지식만 있는 기술, 오로지 기술만을 위한 기술이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황폐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다가올 미래가 ‘기술 유토피아’가 되도록 하려면 이제 우리는 ‘기술의 따뜻함’에 주목해야 한다. 인간이 중심에 선 인간을 위한 기술, 지식과 감성이 조화된 기술, 자연과 환경을 함께 생각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따뜻한 기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맹목적인 기술개발보다는 ‘인간의 삶’에 초점을 맞추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R&D의 목적은 제품화· 사업화이지만, 그 끝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늘 명심해야 한다. 소외된 계층도 보듬을 수 있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이들의 삶의 질이 높아질 때, 우리 사회 전체의 삶의 질도 높아질 수 있다. 인간의 감성을 고려하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애플의 성공은 기술의 ‘융합’과 ‘창조’가 이끌었지만, 그 뒤에는 인간의 감성을 세밀하게 고려하는 생각에 있었음을 많은 전문가들이 얘기하고 있다.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는 기술이 아닌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그 동안의 기술이 환경파괴의 주범이었다면, 이제는 자연과 환경을 더욱 건강하게 해주는 ‘녹색기술’로 기술의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한다.

정부도 기술을 보다 따뜻하게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 동안 기술개발 과정과 목표에서 소외됐던 중소기업·서민 등 경제적 약자, 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고려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미래의 삶의 패턴을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와 미래 사회에게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판단해서, 이를 기술개발의 전략과 비전으로 삼을 계획이다. 인간의 감성이 녹아 있고, 삶의 질을 더욱 풍부하게 해줄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을 개발해 나갈 것이다. 에너지 절약, 탄소배출 저감, 에너지 효율 증대 등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녹색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활성화시키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기술은 우리가 따뜻함으로 다가서면 얼마든지 따뜻해질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를 기술 유토피아로 만들 수 있다. 왜냐하면 기술은 원래부터 따뜻했고, 지금도 따뜻하고, 앞으로도 따뜻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지인이 던진 화두에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기술은 따뜻합니다. 기술의 따뜻함이 있기 때문에 우리 미래는 밝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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