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일본의 종합 전자업체인 NEC는 유기화합물을 광원으로 이용한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유기EL로 불리기도 했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항상 뒷단에 광원이 켜져 있어야 했던 LCD와 달리 전기를 가하면 빛을 내는 유기물질을 광원으로 이용했다. 백라이트가 필요 없고 화질도 뛰어나다는 점에서 LCD를 대체할 기대주로 여겼다. ‘꿈의 디스플레이’라고도 불렸던 OLED는 수동형(PM)을 거쳐 능동형(AM)으로 진화됐지만 그 당시 재료의 짧은 수명, 제조상의 어려움 등으로 NEC·소니 등 일본 기업들이 하나 둘씩 사업을 포기하면서 사라지는 듯했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까지도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AM OLED는 올해 극적인 반전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가 아이폰 대항마로 내세운 갤럭시S에 AM OLED를 채택하고 나서부터다. 사용자들은 AM OLED의 뛰어난 화질을 경험하고 이것이 입소문으로 퍼졌다. 국내 소비자들은 AM 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느냐를 휴대폰 선택의 주요 고려 요인으로 삼을 정도다.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세계적인 휴대폰 기업들이 AM OLED를 사실상 독점 생산하고 있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에 물량을 달라고 ‘협박반, 구걸반’이다. 워낙 공급이 심하게 달리는 것을 아는 고객들은 최근에는 읍소로 선처를 부탁할 정도다.
AM OLED의 파괴력이 확인되자 최근에는 해외 장비·소재 기업들도 한국에 구애하고 있다. SMD와 사업기회를 찾기 위해 수시로 방문하는 등 한국 투자를 확대할 움직임이다. SMD의 한 협력사는 최근 해외 증권사들의 애널리스트 방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방문 목적이 기대했던 자사에 대한 분석보다는 SMD에 대한 문의가 주였기 때문이다.
연말이 되다보니 곳곳에서 올해를 빛낸 제품을 발표하고 있다. 다들 합당한 근거를 들어 ‘올해의 제품, 올해의 기술’을 선정한다. 개인적으로는 ‘AM OLED’를 꼽고 싶다. 기술·상품성도 그러려니와 선진 기업 제품을 모방해 왔던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양산제품을 선보이고 시장을 만들어가는 제품이기에 더욱 그렇다.
유형준=반도체디스플레이 팀장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