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과몰입을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규제안이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의 ‘셧다운제’ 강제 적용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16세 미만의 청소년은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게임 접속이 차단된다. 청소년에 대한 21세기의 새로운 통행금지나 다름없다. 또 18세 이하의 청소년도 선택적 셧다운제를 적용, 부모 등 친권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심야 시간에 게임 접속이 차단된다.
이같은 규제는 게임관련 법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이 아니라 ‘청소년보호법(이하 청보법)’에 담긴다. 법을 소관하는 부처도 문화부가 아니라 여성가족부인 만큼 게임은 사실상 2개 부처로부터 이중규제를 받게 됐다.
정부의 결정에 대해 게임업계는 실효성은 없으면서 게임산업을 위축시키기만 하는 조치라고 강하게 반발한다. 인권 및 청소년 단체들도 ‘청소년들의 문화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셧다운제 도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효성 논란의 핵심은 결국 부모의 관심이 없으면 청소년들이 부모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셧다운제 적용시간에도 게임을 즐길 것이라는 데서 비롯된다. 또 청소년들이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 원인이 다른 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문제의 대부분을 게임 탓으로만 돌린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문화 예술 관련 9개 단체 800여 회원사로 구성된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이하 문산연)은 셧다운제 조치가 알려진 직후 성명서를 내고 △문화 산업에 대한 규제의 콘텐츠 관련법으로의 일원화 요청 △문화콘텐츠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된 여성가족부의 문화콘텐츠 규제 부적절성 지적 △‘표현의 자유`와 ‘자율성`을 부정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에 따른 문화콘텐츠산업의 국제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 등을 표명하며 청보법 개정안의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특히 이번 조치가 대중문화예술의 핵심 가치인 ‘표현의 자유’와 ‘창작의 자율성’을 심각히 훼손함으로써 우리 콘텐츠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하락시킨다고 지적했다.
다산인권연대와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등 5개 인권 및 청소년 단체도 지난 9일 성명서를 내고, 셧다운제 결정을 비판했다. 이 단체들은 셧다운제가 △청소년들의 문화적 자기 결정권을 박탈하는 조치 △게임 과몰입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 △위헌 소지가 높은 반문화적, 반교육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들은 성명서에서 “게임 과몰입 원인의 명확한 파악 없이 이뤄지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은 법적·학술적 근거가 충분치 않고 부처 간 힘겨루기 끝에 졸속 추진된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게임 이용은 이용자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게임 과몰입을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대화와 소통, 그리고 게임문화에 대한 이해”라고 설명했다.
또 셧다운제가 여러 게임 플랫폼 중 온라인게임에만 적용되는 조치여서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실제로 콘솔게임이나 PC패키지 게임, 네트워크를 이용하지 않는 대부분의 모바일게임 등은 적용대상이 아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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