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세계 유망 기업 1위(2008년), 도요타에 이어 일본 제조업체 중 시가총액 2위로 부상(2007년),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시애틀 매리너스)을 보유한 유일한 일본 기업(1992년).
게임기 하나로 무수한 성공신화를 만들어 왔던 일본 닌텐도가 올해 말 글로벌 쇼핑대전에서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게임 콘텐츠를 장착한 애플과 구글 등 스마트폰 업체의 대약진과 MS(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등 경쟁업체 협공에 밀려 영업실적이 1947년 창사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닌텐도는 최근 이와타 사토루 사장 주최로 실적 설명회를 열고 2010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매출 전망을 당초 1조4000억엔에서 1조1000억엔으로, 순익은 2000억엔에서 900억엔으로 대폭 낮췄다.
이에 앞서 닌텐도는 올해 상반기(4~9월) 실적 발표 때 7년 만에 처음으로 반기별 실적에서 최종 적자(20억1000만엔)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애플과 구글, MS와 소니 등이 신기종 단말기, 게임기 등을 앞세워 연말 쇼핑대전을 주고하고 있는 데 비해 닌텐도는 3D 게임기 신제품 출시를 내년 상반기로 보류하는 등 사실상 올해 말 쇼핑대전에서 속수무책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일본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닌텐도 실적이 급속도로 나빠진 이유는 2004년 출시한 DS, 2006년 내놓은 위(Wii)가 구축했던 게임기 시장 독주체제가 경쟁업체 협공으로 빠르게 와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과 구글 등이 주도하는 글로벌 스마트폰은 애플리케이션을 적용해 게임 콘텐츠를 무한대로 도입할 수 있기 때문에 단말기에 의존한 닌텐도 게임 콘텐츠보다 개발ㆍ보급 속도가 비교가 안 될 만큼 빠르다.
실제로 올해 4~9월 닌텐도 주력 제품인 DS는 지난해 절반가량인 670만대, 게임기 위(Wii)도 495만대 판매에 그치며 전년 같은 기간(575만대)에 비해 판매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아이폰을 앞세운 애플은 모바일 게임시장 점유율이 2008년 5%대에서 올해 상반기 20%대로 급상승하는 등 닌텐도 게임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닌텐도가 후속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도 영업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닌텐도는 당초 3D 게임기를 올해 말 출시해 대반격을 시도할 예정이었지만 글로벌 공급 상황 등을 이유로 발매시기를 내년 3월 이후로 연기한 바 있다. 이에 비해 게임기 경쟁업인 소니는 올해 9월 PS3 부속기기 `무브`를, MS는 엑스박스360 전용인 `키넥트`를 각각 출시하면서 닌텐도를 거세게 압박하고 나섰다.
더 큰 문제는 내년 상반기 출시될 예정인 3D 게임기가 히트를 하지 못하면 닌텐도 영업 실적이 당분간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타 닌텐도 사장은 "3D 콘텐츠가 호평을 받고 있지만 이를 게임기에 적용했을 때 시장 전망이 반드시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고 신중한 자세를 견지했다. 닌텐도는 내년 상반기 일본에서 출시할 3D 게임기 판매가격을 2만5000엔으로 책정해 놓았으며 국외 판매 가격과 판매 시기는 올해 말 전후 발표할 예정이다.
[도쿄=매일경제 채수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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