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보안의 이중성 `약과 독`

 아리랑 TV는 최근 ‘동전의 양면, 약과 독’이란 주제로 특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에서 자연 상태에서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재료(물질)가 사용법에 따라 인간에게 약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몸에 좋은 재료가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는 독약이 되기도 한다는 이중성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미용 성형 대표 물질인 보톡스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보톨리누스균을 정제해 만든 것이라 한다. 보톨리누스균에 의한 식중독에 걸리면 구토·설사와 함께 호흡 곤란으로 사망에 이를 정도로 치사율이 높다. 하지만 이 균은 신경 세포에 정보를 전달하는 물질 ‘아세틸콜린’ 방출을 억제한다. 근육에 주사하면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 전달 물질을 막아 주름살이 생기지 않는 효과를 얻게 된다.

 심한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탓에 상당수가 근처에도 가기를 기피하는 옻나무도 최근 암 치료 천연 물질로 각광받고 있다. 옻나무 추출물로 천연 항암치료제를 만들어 말기 암환자들에게 투여했더니 5년 이상 생존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반면에 제작진은 천연 물질로 만든 약이 오히려 독이 되는 내용도 전했다. 부자는 손발이 차거나 신경통을 앓는 환자 등에 좋은 한약 재료로 종종 쓰였지만 조선 시대 사약의 주재료로 쓰였다고 한다. 죄인에게 부자를 달여 먹이면 강한 천연 독성 물질로 인해 위장 내 심한 점막출혈증상으로 피틀 토하면서 생명을 잃었다.

 모르핀은 강한 마취 성능 덕분에 암환자 또는 수술 환자들에게 고통을 잊게 해주는 진통제로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모르핀은 양귀비에서 나오는 유액인 아편 성분을 약제화한 것으로 일반인이 과용하면 마약 중독자로 심신을 망친다.

 아리랑 TV 제작진은 이처럼 천연 물질이 사용 방법에 따라 인간의 병을 고치는 ‘약’과 인간을 공격하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천연 물질을 활용하는 방법에 따라 인간의 삶과 죽음이 바뀌는 것처럼 보안 분야도 어떻게 활용하고 대처하는지에 따라 기업 더 나아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보안의 이중성이다.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 모바일 기기가 널리 보급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모바일 오피스 등의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보안 분야가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그 결과물에 상관없이 큰 파급력을 갖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와 각종 정보를 잘 이용하면 약이 되지만 이 같은 정보가 무작위로 외부 세력에 의해 노출되고, 사이버 공격대상이 된다면 그것은 사회의 독을 넘어 큰 해악을 끼치게 된다.

 올해 사이버 무기인 신종 바이러스 ‘스턱스넷’ 등장과 북한 연평도 포격 사건 등으로 국가 사회 시설물을 겨냥한 사이버 테러 발발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한층 높아져 보안 중요성이 비중 있게 거론되고 있다.

 앞으로 사이버 공격이 발생할 경우 허술한 보안 관리 상태는 ‘맹독’으로, 철저한 보안 관리는 ‘명약’으로 디지털 사회에 각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보안의 ‘독’과 ‘약’의 경계선을 구분짓는 것은 디지털 사회 구성원이 내부 투자와 관리 등을 통해서만 오로지 결정한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