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에서는 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G20 국가 정상과 재무장관, 비즈니스 대표가 모여 세계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위한 협의를 했다. 이들이 논의한 것은 물론 세계의 경제정책이지만 회의장소가 대한민국 서울인 관계로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향연에 매우 놀랐다는 반응이 들린다.
달리는 차안에서는 와이브로로 초고속인터넷에 접속하고, 호텔에서는 IPTV로 자국의 TV방송을 볼 수 있었다. G20 회의장인 코엑스의 검색대에서는 전자태그(RFID)를 활용한 얼굴인식으로 2~3초만에 본인확인이 끝나고, IT한국체험관에서는 3D입체영상으로 유네스코문화유산 투어를 하고, 와이브로가 탑재된 갤럭시탭을 통해 각국 정상들이 언제, 어디서나 자국의 방송과 뉴스를 볼 수 있었다.
G20 정상회의 취재차 방한한 외국기자도 40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이 사용하는 메인프레스센터에는 1300석의 좌석과 유선랜, 3G, 와이파이, 와이브로가 설치됐고, 수천명이 동시 접속해도 끊김없이 빠른 속도는 감탄을 자아냈다. 비즈니스 서밋에 참가한 한 CEO는 “지금까지 꿈꿔 왔던 앞선 통신이 실제로 여기서 실현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ICT 환경은 단연 세계 최고다.
선진국들과 신흥발전국가들의 정상과 CEO들이 한국의 ICT에 열광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ICT인프라의 역할이 크다. 일찍이 우리 정부와 통신사업자들은 전국에 ICT 동맥이라 할 수 있는 광대역통합망(BcN)을 구축해 정보고속도로를 건설했다. 통신사업자들은 오늘날 가입자망까지 광으로 구축함은 물론이고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해 와이브로와 와이파이망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런 인프라 구축에 힘입어 정보통신기기들은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돼 산업의 선순환구조를 이뤘다. 정보통신 제조업체의 첨단 IT제품들인 반도체, LCD, 휴대폰 등의 수출이 늘어나고, 경제성장을 이끄는 핵심동력으로 부상해 마침내 우리나라의 수출을 세계 7위 규모로 끌어 올렸다.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무난히 극복한 것은 이런 ICT의 힘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찬사와 영광 뒤에 있는 ICT 인프라 구축에 대해서는 점점 관심이 멀어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주요 도시를 잇는 기간망과 가입자 댁내까지 이르는 각각의 가입자망을 연결·설치하는 망 구축 설비인력, 전국 어디서나 휴대폰 통화가 끊기지 않도록 시가지 곳곳, 지하철, 터널 속까지 이동전화 중계기를 설치하고, 이를 유지·보수하는 보이지 않은 손길이 있다. 특히 G20 정상회의처럼 하루, 이틀 단기간에 유선전화, 초고속 인터넷, 방송회선 등 8000회선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통신회선을 설치해야 하는 고강도의 망설치 작업인력은 하루아침에 양성되지 않는다. 이들을 양성해 오늘에 이른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통신사업자들의 노력, 대학의 인력양성이 함께 어우러져 가능했다. 앞으로도 계속 ‘유비쿼터스 코리아’의 힘을 배가 시키고, 미래의 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해 ICT 고급 연구인력과 인프라구축 설비인력 양성에 ICT 정책의 적극적인 지원과 산학관연의 끊임없는 협력관계가 지속돼야 한다. 이를 일부의 시각대로 민간통신사업자만의 역할로 한정한다면 비용절감 차원에서 아웃소싱 위주로 설비인력을 운용할 수밖에 없어 다른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외국인에게 우리 안방의 케이블방송과 인터넷연결을 맡기고, 국가 통신망 설치까지 맡기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향후 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더욱 요구된다.
박승규 한국정보통신기능대학 학장 parksk@icpc.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