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전파 지형이 바뀐다] <4>방송통신융합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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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은 방송통신업계에 최대 격변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미래의 서비스 유형으로만 여겨졌던 방송통신 융합이 스마트폰 열풍으로 인해 실현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더 많은 단말과 서비스의 ‘스마트화’와 이를 통한 방송통신산업의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PC를 중심으로 구현됐던 ‘웹’은 모바일을 거쳐 스마트패드와 TV로도 확산되고 있다. 각 단말에서 웹의 구현을 거쳐 향후에는 이를 연결하는 N스크린 서비스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N스크린 서비스는 N(다양한)개의 디스플레이에서 같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내년 ‘스마트’와 ‘N스크린’ 두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방송통신산업이 크게 재편될 것으로 관측했다.

 이와 관련, 세계 시장 변화와 국내사업자 동향, 이러한 변화의 시장에서 준비해야 할 점을 살펴본다.

 ◇글로벌 시장을 강타한 ‘스마트’=내년에도 스마트기기 시장은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내년도 경제 성장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스마트폰 시장은 2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일반 휴대폰 시장의 성장 전망치인 9.4%를 크게 상회한다.

 여기에 새로운 스마트기기로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패드 시장이 경쟁체제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 삼성이 스마트패드를 내놓은 이후 휴대폰·노트북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스마트패드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이 스마트패드는 전자책·신문·잡지와 같은 출판물부터 교육이나 게임·동영상을 이용하기 위한 미디어 소비기기(또는 콘텐츠 활용기기)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PC나 노트북 시장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낼 것이라는 뜻이다.

 또 TV·SW·OS·셋톱박스업체와 방송통신사업자들이 스마트TV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싸움도 진행될 전망이다. 이미 인터넷TV(커넥티드TV) 등으로 그 경쟁의 조짐은 보이기 시작했다. 그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기기의 부품은 물론이고 콘텐츠 공급 부족 현상도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여러 시장조사기관의 자료를 취합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인터넷 커넥티드 단말 수는 500억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스마트폰 비중이 가장 크다. TV는 25억대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커넥티드TV의 경우 2013년에는 1억대 판매가 예상되며, 이 중 국내 커넥티드TV는 294만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방송통신사업자 현황은=방송통신 융합 시장 전망은 저마다 다르게 내놓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 시장이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국내사업자들도 이미 준비를 시작했다.

 방송의 경우 지상파방송사는 하이브리드 서비스로 이 시장에 출사표를 내밀었다. 하이브리드TV 서비스는 인터넷 부가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인터넷TV와 달리 실시간 방송 콘텐츠를 다운로드할 수 있고 인터넷 부가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지상파 채널에서 직접 포털에 접속할 수 있고 방송망(푸시VoD)과 인터넷을 연결한 서비스가 특징이다. 일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 하이브리드TV 서비스는 이미 상당부분 개발해 표준화 제정 단계에 들어와 있다.

 지상파방송의 스마트TV 전략에 대해 방송사들은 “지상파는 직접 수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터넷에 연동해 향상된 오픈 하이브리드TV라는 TV 서비스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이 서비스가 스마트TV로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충격 완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블TV 방송사의 N스크린을 향한 행보는 이미 시작됐다. CJ헬로비전이 그래텍(곰TV)과 손잡고 티빙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 서비스는 수십개의 실시간 채널을 TV가 아닌 PC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스마트패드 확산을 타고 이용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연계한 서비스 등으로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개발한 하이브리드 상품, 쿡TV스카이라이프가 방송과 통신 융합 서비스 제공의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의 자회사인 스카이HD는 양방향 퀴즈쇼와 양방향 3D 콘텐츠 등을 한국인터넷진흥원과 개발해 융합 시대에 대비 중이다.

 통신사업자들은 IPTV를 스마트TV로 발전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TV인 만큼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N스크린 전략에서는 다른 사업자들보다 앞서 있다. 이미 스마트폰-스마트패드-IPTV 3개의 단말에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3스크린 서비스를 개발해 상용화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 최근 열린 디지털미디어페어에서 IPTV 3사는 하나같이 N스크린 서비스를 선보여, 내년 N스크린 서비스의 활성화를 점쳐볼 수 있게 했다.

 ◇과제는=융합 시대의 전망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방송사업자들의 서비스 발굴만으로 융합 서비스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융합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데 필수인 네트워크 망 증설 관련 투자는 누가 해야 할 것인지부터 논란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융합 서비스를 이끌 콘텐츠 개발에도 과감한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융합은 기존의 경쟁자가 아니었던 영역의 사업자나 업체까지도 경쟁자로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쟁도 이미 글로벌 경쟁 시대가 된데다 경쟁 영역도 넓어졌다.

 네트워크 망 증설 관련 투자 문제는 망 중립 문제와도 연결된다. 투자하는 주체와 이익을 보는 주체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용자에게 모든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면 서비스 활성화는 요원하다. 몇 년 안에 데이터 트래픽은 수십 수백배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주파수 할당 등 정부가 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대대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 없이는 트래픽을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망 중립과 네트워크 투자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는 콘텐츠 투자 문제다. 1970년대에는 하드웨어, 1980년대에는 소프트웨어, 1990년대에는 IT인프라, 2000년대에 들어서는 콘텐츠가 주도하는 사회가 됐다. 우리 사회가 지식 기반 경제에서 콘텐츠 기반 경제로 변화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구글과 애플의 성장에서도 변화는 직감할 수 있다.

 최근 한 강연에서 이석채 KT 회장이 잠재적 위기요소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이석채 회장은 방송통신 시장에서 효율적인 콘텐츠 통합자가 등장해 사업자 가치를 하락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술 발전에 따라 경쟁자가 급팽창하고 후발주자들도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제작여건도 점점 좋아지는 등 방송통신산업 위기 요소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효율적인 콘텐츠 통합자(애그리게이터)의 예로 그는 넷플릭스를 들었다. 넷플릭스는 한 달에 8달러만 지불하면 모든 단말기에서 스트리밍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서비스를 내걸었다. 애플과의 협력이 주요 원천이었다. 이 신생회사의 주식은 놀랍게도 200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다.

 또 앱스토어 등을 통해 후발주자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문턱이 낮아졌다. 게다가 콘텐츠를 만드는 데 비싼 제작 장비가 필요 없을 정도로 IT기기 기술도 좋아졌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도 훌륭한 화질을 뽐낸다.

 이동기 서울대 교수는 최근 개최된 스마트TV 워크숍에서 “스마트 시대가 다가오면서 네트워크 망 증설과 콘텐츠 개발 투자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할 것인지, 글로벌 OS와 연동기술은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국내 독자모델은 무엇이 될지가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