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검색하다 재미있는 신조어를 발견했다. ‘얼리어닭터’라는 말이다. 아마도 제품이 출시되면 남보다 먼저 구입해 사용하고 주위에 제품 정보를 알려주는 마니아급 소비자를 일컫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에서 빌려온 말인 듯싶다. 최근 롯데마트에서 5000원짜리 초저가 튀김 닭 일명 ‘통큰 치킨’을 팔면서 이를 사기 위해 아침부터 줄서서 기다리는 소비자를 가리킨다. 말장난이지만 네티즌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각종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던 ‘통큰 치킨’이 결국 판매를 중단했다. 롯데마트가 중소 영세상인 보호라는 여론에 밀려 더 이상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일련의 과정을 볼 때 롯데마트의 참패인 것처럼 보인다. 원했던 목적을 달성하기는 커녕 오히려 여론의 뭇매만 맞고 물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롯데마트도 결코 손해 보는 게임이 아니었다. 최소한 마케팅 논리로는 그렇다. 이미지는 다소 훼손됐을지 모르지만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실속을 챙겼다. 먼저 롯데마트는 유통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을 끌어 모으는 데 성공했다. 통큰 치킨은 롯데마트가 다른 상품 판매를 유도하기 위해 준비한 미끼상품이다. 원가는 두 번째 문제다.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이전보다 두 세배 더 많은 고객이 찾아오고 또 매장을 찾은 고객이 다른 제품을 두 세배 더 산다면 롯데마트 입장에서는 5000원짜리 치킨을 사은품으로 주더라도 아깝지 않은 상황이다. 한 마디로 엇비슷한 광고와 프로모션 이상의 효과를 올렸다. 실제로 통큰 치킨 덕분에 줄을 서서 롯데마트를 찾았다고 하니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니었다.
여기에 치킨을 둘러싼 ‘노이즈 마케팅’으로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렸다. 가격을 둘러싼 이미지 경쟁에서 이마트에 밀렸던 롯데마트는 기사회생했다. 롯데마트는 불과 하루, 이틀 사이에 언론에 수도 없이 오르내렸다. 하루 아침에 최대 관심업체로 부상하면서 유통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오히려 5000원짜리 치킨을 조용히 팔기보다 논쟁이 불붙었기에 롯데마트에게는 결과적으로 훨씬 이득이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롯데마트가 이런 상황까지 감안해서 통큰 치킨을 준비했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미끼상품과 노이즈 마케팅으로 재미를 보았기 때문에 이 같은 유사 사례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싼 제품도 좋지만 소비자가 훨씬 현명해져야 하는 이유다.
강병준 생활가전팀장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