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세계인의 눈과 귀가 G20 개최지인 서울에 몰렸었다면, 이번 달에는 카리브해 인근에 위치한 멕시코의 휴양도시 칸쿤이 주목을 받았다. 칸쿤에서 제1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6)가 개최됐기 때문이다. 각 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방안을 논의한다는 점에서 지난 G20의 ‘환율’ 만큼이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칸쿤에서는 총회 시작 전부터 ‘기후를 구하라(Rescue the Climate)!’라는 대형풍선을 하늘에 띄우며 기후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상충적 이해관계로 즉각적인 합의방안 도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대로 뚜렷한 소득이 없이 회의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칸쿤 회의는 저탄소녹색성장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코카콜라·인텔·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오히려 합의문 도출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이는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원자재 값 상승, 이상기상으로 인한 피해복구비용을 경험한 기업들이 ‘단기적인 생산원가나 투자비용은 상승할 수 있지만 기후변화 심화에 따른 기업의 장기적인 희생 비용이 더 크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온실가스 감축이 산업계의 생산비용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입장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미래 탄소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탄소시장은 2007년 640억 달러에서 2008년 1263억달러로 매년 2배씩 성장 중이며, 올해에는 1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세계 물 시장은 2025년 약 9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스마트 상수도 등 IT분야와 결합하며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2009년 기준으로 1620억 달러로 이미 우리의 주력분야였던 메모리반도체의 시장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저탄소형 생산구조를 가진 기업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기후변화를 억제하기 위한 실질적 방안은 환경적 규제와 함께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기존의 목표관리제라는 경직적인 규제에 경제적 유인을 추가해 유연성을 부과한 것이다. 목표량 보다 더 열심히 온실가스를 줄인 기업은 더 줄인 양만큼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시장기반의 정책이다. 결국 기업들이 감축목표를 초과달성하는 경우에 주어지는 인센티브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업의 녹색전환이 이루어 질 수 있고 이런 녹색전환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물론 단기적으로 생산비용이 증가할 수 있으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비용효율적일 것이다.
지난 6일 칸쿤에서 유럽의 기후변화 전문 환경단체인 ‘저먼와치’는 2011년 기후변화대응지수(CCPI)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대응지수는 2010년 41위보다 7개단 상승한 34위를 기록했다.
특히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우리나라의 기후정책부문을 환경 강국 노르웨이 다음인 2위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높게 평가한 결과다.
이처럼 국제사회에서 높게 평가한 저탄소 녹색성장정책, 그 중 중요한 세부정책인 ‘배출권거래제’. 정책의 성과가 일정한 시간차를 두고 나타나는 점을 생각해 보면 우리가 가고 있는 저탄소녹색성장 정책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최적의 방안이라는 것을 더욱 확신하게 될 것이다.
이재현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관 jhgabriel@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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