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의 잇단 미국 기밀문건 폭로와 이를 지지하는 해커들의 활약은 월드와이드웹(WWW) 개방성을 둘러싼 미디어업계 내부의 대결구도를 다시 한 번 드러낸 사례라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댄 새버그 미디어ㆍ기술부장은 13일(현지시각) 가디언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기밀문건 폭로와 관련한 위키리크스와 미 정부의 싸움이 "웹 개방성 논쟁의 극단적 사례"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웹 창시자 팀 버너스-리가 지적했듯이 최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스마트폰 앱(app) 등 자체 서비스 내에서만 정보를 보관ㆍ유통하는 방식이 퍼지면서 웹 개방성이 위협받고 있는데, 위키리크스 사태는 그 일면이라는 분석이다.
사태의 핵심이 웹 개방성이라는 점은 위키리크스 지지를 밝히며 최근 마스터카드 등을 공격한 해커들한테서도 드러난다고 새버그는 지적했다.
해커집단 `어나너머스(Anonymous.익명)`의 한 23세 해커는 최근 BBC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묻자 "모른다"면서도, 존경하는 인물로는 개방성에 초점을 맞춘 운영체제 리눅스(LINUX) 개발자 리누스 토발즈를 꼽았다.
버너스-리를 비롯, 웹 개방성 옹호론자들이 `폐쇄적 표준은 웹의 파편화와 독점을 유발, 공정경쟁과 민주주의 훼손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위키리크스를 지지하는 이 해커의 말도 딱히 새삼스럽지는 않다는 뜻이다.
새버그는 웹 개방성 유지 여부가 비단 인터넷 업계뿐 아니라 언론 자유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례로 언론사가 웹 대신 스마트폰 앱이라는 폐쇄적 매체를 이용해 뉴스를 제공한다면 극단적 가정이긴 하나 해당 시스템을 운영하는 업체(애플 등)가 콘텐츠를 검열하는 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새버그는 우려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앞으로 언론계 쟁점은 `접근과 토론 참여가 제한된 요금제 기반 매체(아이패드 등)`와 `자유로운 접근과 토론을 허용하는 웹 기반 매체` 중 어느 것을 택할지라고 그는 지적했다.
새버그는 개방성 논쟁에 "유일한 정답은 없으며, 매체와 기술 두 부문에서 개방과 폐쇄 사이에 불안정한 평형만 있을 뿐"이라면서, 내년이면 언론사들도 이 문제에 대한 자신들만의 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