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피플]리선 킴 하모닉스 리드애니메이터

 “록(Rock)을 좋아해요. 하모닉스 사람들의 90%는 뮤지션이죠. 지금도 저와 동료들은 업무 외 틈틈이 자신의 음반을 내거나 DJ, 밴드 보컬 등으로 활동하고 있을 만큼 음악에 열정이 넘치는데, 그 최근의 결실이 ‘댄스센트럴’이 아닌가 싶습니다.”

 16일 만난 리선 킴에게서 나온 이야기는 뜻밖이었다. 그녀는 음악에 대한 전사적 열정이 키넥트 최신 타이틀인 댄스 센트럴의 ‘디테일’을 만들었다고 했다. 콘솔게임 개발사 안에 기타, 오보에 등이 비치돼 있다면 믿기 힘들지만 하모닉스의 작품 히스토리를 살펴보면 수긍이 간다.

 미국 메사추세츠에 위치한 이 회사는 ‘록밴드1’, ‘록밴드2’와 ‘비틀즈 록밴드’ 등 Xbox 360 엔진을 활용하는 음악게임을 만들어 왔으며 키넥트 게임에는 처음으로 도전해 성공했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그들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 최대한 생활과 가깝게 전하기 위해 세워진 회사라고 리선 킴은 전했다.

 댄스 센트럴은 컨트롤러 없이 움직임을 읽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키넥트의 최신 타이틀이다. 이용자가 화면 앞에서 게임이 안내하는대로 춤을 따라하면, 키넥트 센서가 동작을 인식해 화면 속 캐릭터가 이용자의 아바타처럼 동시에 춤을 춘다. 점수도 매겨진다. 다음 동작이 실시간으로 안내되기 때문에 계속 따라하다 보면 내가 곧 화면 속 캐릭터가 된 기분을 느끼며 춤을 출 수 있다.

 리선 킴은 댄스 센트럴을 만든 하모닉스의 리드 애니메이터다. 안무의 최종 결정은 물론 게임 앞뒤로 들어간 캐릭터의 ‘그루브(흥겨움을 유발하는 멜로디 및 리듬적 요소)’도 그녀의 아이디어다. 전문 안무가를 고용하고 게임 엔진에 최적화하는 작업도 리선 킴의 손을 거쳤다.

 그녀는 미국 현지에서 글로벌 게임의 애니메이션을 총괄한 한국인 여성으로 ‘1호’이기도 하다. 오토데스크, 3D 맥스(MAX), 모션 빌더 등의 소프트웨어로 제작된 이 게임은 기획부터 개발, 상용화까지는 약 1년의 시간이 걸렸다.

 “32곡의 전 분량을 소수 애니메이터들과 작업하자니 힘들기는 했죠. 하지만 애니메이션이 부수로 머무르는 다른 게임과 달리 댄스센트럴에서는 캐릭터 애니메이션 자체가 플레이의 핵심이기 때문에 그 부분이 도전이었어요.”

 리선 킴은 “이용자가 캐릭터만 보고 따라하니까, 춤출 때 근육이 움직이는 느낌이나 캐릭터의 비주얼, 그 안에 담긴 스토리까지 꼼꼼하게 챙기게 됐다”며 “그래도 게임을 처음 보는 사람들의 반응이나 게임하는 모습을 보면 힘들었던 게 싹 녹는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했지만 중간에 3D의 매력에 푹 빠져 3D애니메이션으로 석사 학위취득 후 이 길에 들어섰다는 리선 킴은 “저도 그랬지만, 흔히 하는 실수가 3D의 매력에 빠져서 처음부터 바로 컴퓨터 앞에 앉고 싶어하는 겁니다. 기초적인 드로잉부터 단계별로 실력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련 수업을 듣는 게 꼭 필수는 아니지만 기본기와 자기 실력을 단단하게 다져두면 게임 애니메이션이든 영화 애니메이션이든 원하는 일 하며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며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