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대학이라도 필요로 하는 정보시스템에 대한 요구는 규모가 큰 종합대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학사정보시스템을 포함해 각종 업무관리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갖춰야할 요소는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IT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소규모 대학에서는 시스템 운영 업무만으로도 허덕이기 일쑤다.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시스템 운영 예산이 넉넉치 않다 보니, 장애 대응도 항상 사후에 처리되곤 한다.
간호학 특성화대학인 적십자간호대학(총장 조갑출) 역시 지난 몇 년간 이러한 고민으로 시스템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적십자간호대학은 2002년 대학정보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한 이후 단 한 명의 시스템 운영 담당자가 모든 시스템을 운영, 관리해 왔다.
하지만 이 역시 IT전담 인력이 아니고, IT업무와 행정업무를 겸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제대로 된 서비스 지원도 힘들고 시스템 장애도 잦아 사용자들의 불평이 많았다. 또 2002년에 구축한 시스템들이 노후되면서 시스템의 성능까지 이슈화하자 적십자간호대학 측은 새로운 대안을 모색했다. 적십자간호대학이 선택한 해답은 서버 가상화였다.
적십자간호대학에서 IT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석만 팀장은 “한 명의 인력으로 멀티플랫폼 환경을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모든 시스템을 통합해 자원을 공유하도록 한다면 관리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 가상화를 도입하게 됐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자원 활용률 극대화 위해 가상화 도입=적십자간호대학은 학사관리, 행정, 원격교육 등 총 17개 업무시스템을 운영해 왔다. 학사 행정용 데이터베이스(DB) 서버로 유닉스 서버 한 대를 운영했고, 나머지는 대부분 윈도 서버였으며, 메타검색시스템이 리눅스 서버에서 운영됐다.
적십자간호대학은 2009년부터 가상화 도입을 검토했고, 실제 프로젝트는 올해 8월 시작돼 9월에 마무리됐다. 컨설팅과 시스템 구축은 데이타크래프트코리아가 맡았다.
적십자간호대학은 이번 가상화 프로젝트를 통해 리눅스 기반 서버를 제외한 16개의 업무시스템을 2대의 신규 유닉스 서버로 통합하고, 기존 윈도 서버를 활용해 관리 서버와 백업 서버를 구성했다. 신규 유닉스 서버에는 가상화 기술을 적용해 기존 업무 시스템을 버추얼머신(VM) 위에 올려 분산 배치했다.
적십자간호대학은 가상화 도입 당시 노후화한 시스템의 교체 이슈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기존 서버들의 자원 활용도가 높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CPU 사용률이 10%를 넘지 않았고, 입시철이나 수강신청 시기 등 서비스 폭주가 예상되는 날에도 불과 30%를 넘기지 못했다.
김 팀장은 “시스템의 이용 현황을 살펴보니 대부분의 자원이 낭비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이러한 낭비 요인을 없애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가상화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십자간호대학은 가상화 솔루션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하이퍼-V’와 VM웨어의 가상화 솔루션을 놓고 고민하다 최종적으로 하이퍼-V를 선택해 적용했다.
김 팀장은 “2009년 가상화 솔루션을 검토할 당시만 하더라도 성능이나 기능 면에서 VM웨어의 솔루션이 월등했지만 올해 초 ‘윈도 서버 2008 R2’ 버전이 나오면서 하이퍼-V 기능이 대폭 개선됐다”면서 “가격에서도 차이가 많이 났지만 하이퍼-V는 물리적 환경과 가상 환경을 통합 관리할 수 있었고 애플리케이션단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밝혔다.
적십자간호대학은 시스템 규모가 크지 않아 전체 시스템을 가상화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학사행정관리시스템의 경우 오라클의 유닉스 운용체계인 솔라리스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하이퍼-V로 그대로 이관할 수 없었다. 이에 윈도용 오라클로 교체하고 난 뒤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시스템 관리 업무 획기적으로 개선=적십자간호대학은 학내 IT인프라 대부분을 가상화 환경으로 전환함에 따라 시스템 관리 업무 부담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김 팀장은 “기존에는 패스워드가 다른 시스템에 일일이 로그인해서 이벤트 로그만 살피는데도 반나절이 걸려 매일 모니터링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며 “하지만 이제는 하이퍼-V의 모니터링 솔루션인 시스템센터에서 메모리와 CPU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보여주고, 이상 징후도 체크해 알려줌에 따라 시스템 관리 업무가 한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데이터 복구 작업도 크게 개선됐다. 기존에는 백업 솔루션을 통해 데이터만 백업을 받았지만 지금은 데이터보호매니저(DPM) 기능을 통해 VM 위에 설치돼 있는 운용체계(OS)와 애플리케이션까지 백업 받고 있다. 또 오퍼레이션매니저를 통해 원격에서 스마트폰에 접속해 시스템을 관리할 수도 있다.
또 예전에는 새로운 업무시스템을 개발할 때마다 테스트용 서버를 만들어 제공해야 했다. 이 경우 여분의 서버 시스템을 활용해 테스트용 서버로 제공하기까지 3∼4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이제는 VM을 통해 서버 한 대를 생성하는 데 10분이면 충분하다.
이외에도 적십자간호대학은 가상화 프로젝트를 통해 에너지 절감 효과도 보고 있다. 기존 4개의 랙에 분산 운영되던 16대의 시스템을 2대로 통합하면서 랙을 1개로 줄임에 따라 전기요금은 물론이고 항온항습기 등 시설 유지에 드는 비용을 절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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