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다. 그리고 당분간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나기 힘들겠다.’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일즈포스닷컴 연례 콘퍼런스에 참가한 후 든 생각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고, 실체를 안 다음에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답답한 마음이 들어서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SW), 네트워크, 운영기술, 애플리케이션, 개발도구,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 노하우 등 정보기술(IT)의 모든 것을 하나로 집대성해서 각 회사의 비즈니스 변화를 신속하게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마디로 “사장님. 비즈니스 환경이 변해도 우리가 그 속도에 맞출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할 테니 IT 걱정은 마시고 비즈니스를 열심히 하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체계다.
마치 아파트 내부에 수영장, 헬스장, 골프연습장, 멋진 공원 등을 만들어 놓고, 아파트 입주민이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여러 고객을 마치 한 고객처럼 지원하는 것을 멀티테넌시(multi-tenancy)라고 한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을 보고 테넌트(tenant)라고 하지 않는가.
문제는 그 많은 기업을 서비스하면서 한번도 충돌이 나지 않게 하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핵심 기술이 바로 메타데이터다. 메타데이터는 고객의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다. 그래서 내부 시스템은 이 메타데이터를 보고 돌아간다. 그것이 인프라든, 플랫폼이든, 소프트웨어든, 데이터베이스든 말이다. 고객 비즈니스가 변하면 쉽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중요한 것이다. 그것이 서로 공용하는 수영장, 헬스장, 골프연습장, 공원인 셈이다.
제대로 된 클라우드 컴퓨팅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애플리케이션 개발시간이 짧아야 한다. 코딩을 하면 개발시간이 짧아질 수 없다. 비즈니스의 공통적인 요구사항을 이미 컴포넌트화해서 클릭만으로 고객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글로벌 환경에 바로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언어, 화폐단위 등의 변화에 쉽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업무 로직이 바뀌거나, 비즈니스 플로가 변경되더라도 이를 쉽게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룰 기반 SW,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툴이 전부 내장돼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넷째, 스마트폰, 태블릿 등을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체계여야 한다.
다섯째, 소셜 네트워크와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섯째, 기존 IT시스템의 운영, 트러블슈팅, 유지보수, 버전관리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통상 기존 시스템 유지보수에 투입되는 80%의 예산을 대폭 줄이거나 없앨 수 있어야 한다.
일곱째, 기성품(ready-made) 앱들이 다양하게 나와 있는 앱스토어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
최소한 이 정도 수준을 갖춰야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센터를 사용하는 고객이 안심하고 IT시스템을 맡길 수 있다. 그러자면 IT 부서와 최고정보책임자(CIO)도 변해야 한다.
첫째, IT부서에 IT에 정통한 IT전문가보다 비즈니스 로직과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강한 전문가가 많아야 한다.
둘째, 기업에서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그때 그때 현업의 요구에 따라 별개로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개발된 업무를 쉽게 연장해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엔터프라이즈아키텍처(EA)가 정말 중요하게 대두된다.
셋째, 아무리 클라우드 컴퓨팅이 유연하다고 해도 코딩을 안 할 수는 없다. 개발환경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기존 기간계 시스템과 연동이 필요하고, 기존 시스템을 지원하는 팀은 필요하다.
넷째, CIO 자신이 비즈니스 전략가여야 한다. CIO가 신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IT 청사진을 바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지금까지 우리가 해 왔던 모든 IT를 뒤흔들 것이다. 각 기업마다 IT에 대한 기획부터 다시 해야 한다. 고객을 위한, 고객에 최대한의 비즈니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진짜’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해하고 기획하고 도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는 결국 IT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경쟁력의 문제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시대의 대세로 몰려오고 있다. IT를 모르는 사람들이 논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장동인 미래읽기컨설팅 대표 doncha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