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금 세계 태양전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이유는 선텍 파워나 잉리·트리나솔라 같은 세계적 기업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기업들도 그냥 놔뒀으면 이미 없어졌거나 생존해 있더라도 힘겹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 선텍 등이 세계적 기업이 된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죠. 8조를 지원받으면 누구나 저 정도 되지 않겠습니까.”
“수출 계약이 몰려 생산라인을 풀가동해도 주문한 물건을 제 때 못 댈 정도입니다. 납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대규모 증설이 필요한 데 증설을 위한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노크하면 ‘담보’ 먼저 달라고 합니다.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 분야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예산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정작 필요한 기업의 피부에 와 닿지 않습니다. 수출 계약 해놓고 제때 설비 투자를 못하면 중국 좋은 일만 시킬 수도 있습니다.”
요즘 태양전지 기업 CEO들이 하는 이야기들이다. 비단 태양광 분야만의 일은 아니겠지만, 수출 계약을 체결한 기업 CEO 입장에서는 속이 타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식당에서 손님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밥솥이 작아 손님을 받지 못하고 돌려보내야하는 심정이다.
컨설팅 하는 사람들은 빠른 결정과 적기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아주 지당한’ 말씀을 한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그런 얘기를 들으면 헛웃음만 나온다.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태양전지는 장치산업이고 규모의 경제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만큼은 아니더라도 적지 않은 뭉칫돈이 필요한데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선 당장 목돈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금융기관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때마침 지식경제부는 지난주 새해 업무보고에서 태양광·풍력산업을 2015년까지 수출 400억달러 규모의 주력산업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새해에 200억원을 투입해 태양광·풍력 등 에너지원별 테스트베드를 4~5개 구축해 중소·중견기업의 사업화를 지원하고 부안-영광지역엔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시작으로 해서 2019년에는 2500㎿ 규모의 단지를 조성한다고 한다. 여기에 해외인증 획득에서부터 수주까지 신재생에너지기업의 해외진출을 전주기적으로 지원해 2015년까지 수출 1억달러 이상 글로벌 스타기업을 50개 육성하겠다는 액션플랜도 내놨다.
태양광업계에는 듣던 중 반가운 이야기다. 정부의 발표에 벌써부터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그렇지만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사업화만큼이나 제품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양산설비를 구축할 수 있는 자금지원이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건설·자동차·선박 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개발연대인 박정희 대통령 시절 밀어붙인 선택과 집중 정책의 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국제사회의 견제가 심한 지금은 주위 아랑곳하지 않고 기업을 지원하는 중국이나 6,70년대 그 시절처럼은 못하겠지만 기업이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가장 먼저 찾는 금융기관의 문턱을 낮추는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 물질적인 담보만 외치는 구태를 벗고 기업의 기술력(맨 파워)과 미래를 담보로 받아주면서도 지속가능한 금융기관이 될 수 있는 세련된 금융정책이 필요한 때다.
주문정·그린데일리 부장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