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중국없이 살수 없는 시대](https://img.etnews.com/photonews/1012/069769_20101220104659_820_0001.jpg)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중국’을 이야기한다. 북한·G20같은 국내·외 이슈에서부터 주위의 사소한 물건에 이르기까지 ‘중국’과 관련되지 않은 게 없다. 실제로 ‘중국 제품’ 없는 1년 간의 삶을 실험해본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없이 살아보기’라는 책도 있다. 책의 결론은 ‘중국’ 없이는 살아가기가 ‘매우 곤란’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20년 넘게 실물경제 담당 부처(지식경제부)에서 근무하면서 산업·무역·에너지 업무를 두루 경험해 보았다. 물론 공직을 처음 시작한 그 때부터 현재까지 달라진 점이 많지만, 그래도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이라는 변수다. ‘선도국과 후발국 사이에서 어떻게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인지’ ‘무역·투자를 어떻게 늘려나갈 것인지’ ‘해외의 자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 모든 문제에 있어 이제는 ‘중국의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중국을 모르면 국내 정책 하나도 제대로 세울 수 없는 시대’가 오고야 말았다.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 경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다. 올해 10월까지 우리나라 수출의 30.4%가 중국행(홍콩 포함)이었다. 이는 2위 미국(10.8%)과 3위 일본(6.0%)를 합한 것보다 훨씬 많으며,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지나친 대중 경제의존도를 우려할 정도다. 특히, 중국과의 지리적 근접성, 동북아 분업구조, 중국 내수시장의 확대 등 주변 환경까지 고려하면 지금을 한계로 보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과거 우리 기업들은 중국을 단순히 ‘공장’으로만 활용했다. 그러나 이는 거대한 대륙의 한쪽 면만 본 것과 같고, 중국은 이제야 가려져 있던 ‘시장’이라는 대륙의 뒷면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자동차 수는 1640만대로 미국(1043만대)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축된 구미의 소비시장과 글로벌 불균형의 해소라는 측면에서 최근 중국 정부가 향후 5년간 정책기조로 천명한 ‘포용적 성장’과 이로 인해 야기될 ‘내수 확대’에 대한 면밀한 대비가 시급하다.
그렇지만 중국 시장이 커진다고 해서 우리 기업에게 마냥 기회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전 세계 유수한 기업들과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중국 시장은 너무 커서 하나의 접근법이 아닌 지역별·소득별로 접근을 달리하고 철저한 사전준비와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과거처럼 공장으로만 중국을 활용하는 데에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접근법도 가능했지만, 시장으로서의 중국을 개척하려면 중국 대륙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지식의 축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식경제부는 이달 초 ‘중국협력기획과’라는 대중국 전담조직을 출범한 바 있다. 앞으로 ‘중국협력기획과’를 통해 ‘대중국 교역확대 방안’ 등 국내의 대중국 실물경제 협력을 총괄 지원할 계획이다.
얼마 전 끝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은 무려 199개의 금메달을 독식했다. 오죽하면 사람들 사이에 ‘중국 대 비중국’의 ‘청백전’을 개최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을까 싶다. 앞으로 당분간 전 세계 신흥시장도 그러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세계의 공장과 시장’의 부상, 이처럼 거대한 ‘기회와 위기’의 교차점 위에서 대한민국호의 선진국 진입을 위한 게임의 서막이 시작되고 있다.
한진현 지식경제부 무역정책관 jinhan@mk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