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중일 표준협력 서둘러야

 국제표준화는 일종의 세력 싸움이다. 우수한 기술이 국제표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다수 국가의 동의를 얻어야만 국제표준으로 제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각국은 자기 나라에 유리한 국제표준 제정을 위해 자국에서 국제 표준화회의를 유치하고 우군 세력을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 발맞춰 우리나라가 22일 중국·일본과 표준협의체를 발족하고 국제표준에서 협력키로 합의했다. 각국 국장급 공무원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고 국제표준의 공동 개발과 3국 표준의 조화를 이뤄보겠다는 것이 골자다.

 표준 대응에서 한·중·일 3국이 손을 잡는 것은 의미가 있다. 3국이 힘을 합쳐 적절히 대응한다면 유럽 각국이 EU로 공동 대응하는 것처럼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3국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중·일 3국은 3D TV·전기자동차 등 미래 세계시장 주도 분야와 동양이라는 문화적 공통배경을 가진 연관기술에서 협력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초기부터 기술개발, 표준화 제정단계까지 각국의 전문가가 긴밀히 협조할 경우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3국간 상호호환이 가능한 표준화가 추진되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역내 무역규제 장벽을 완화하고 인증, 거래 비용도 대폭 감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 3국의 교역량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6.8%, 세계 교역량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3국의 대외무역 총액 중 역내 무역 비율도 58%에 달한다.

 한·중·일은 서로 경쟁자이면서도 조력자가 돼야 한다. 필요한 부분에서는 전략적 선택을 통해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