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신년기획]편안한 집은 기본, 똑똑한 `스마트홈`이 온다

#저녁 약속으로 늦은 시간 귀가한 김원익 부장. 씻은 후 쇼파에 앉았더니 오늘 놓친 저녁 뉴스가 자동으로 켜졌다. 목이 말라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 알림 소리와 함께 냉장고 디스플레이에 모레 ‘아내의 생일’이라는 문자가 떴다. 그런데 내일부터 일주일간의 해외출장. 아차 싶어, TV 앞으로 가 아내가 찾아본 상품들을 살펴봤다. 가방이 눈에 띄어 바로 결제를 하고 미리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영상을 남겼다.

 가상으로 꾸며본 미래 가정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리 먼 얘기만은 아닌 것 같다. 열지 않아도 보여주고, 나가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리고 고민하지 않아도 맞춰주는 상상 속 똑똑한 집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집 자체가 지능을 가져 나와 내 가족들의 생활을 살펴, 도와주는 집, 바로 ‘스마트홈’ 시대가 오고 있다.

 ◇스마트홈이란=현재 산업계가 통용하고 있는 스마트홈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TV·냉장고·세탁기 등 집 안의 다양한 기기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돼 지능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집이다.

 어떤 ‘네트워크’인 지, 또 어떤 종류의 ‘지능형 서비스’를 이야기하는 지 추상적이고 복잡한 얘기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사람을 향한 기술과 서비스가 집약된 집이 바로 스마트홈의 핵심이다.

 스마트홈에서의 지능형 서비스란 집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를 의미한다. 네트워크는 이런 맞춤형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기본 인프라다.

 TV·냉장고·CCTV·비디오폰·도어락 등이 지금은 각각 개별 기기지만 이를 네트워크로 연계, 하나의 서비스로 엮어 거주자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홈의 기본 개념이다. 홈 시큐리티, 홈 오토메이션, 주차관제시스템 등 역시 스마트홈의 한 형태인 셈이다.

 ◇왜 스마트홈인가=우리나라의 주택은 지난 반세기 동안 단독주택 중심에서 아파트로, 또 이에 맞게 외관·구조·내부시스템도 발전했다. ‘편한함’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스마트홈으로의 변신 역시 일련의 주택 발전 과정과 괘를 같이 한다.

 하지만 과거 주택의 발전이 건축 소재·구조·공법 등 건설 기술 혁신에 따른 것이었다면 스마트홈은 첨단 기술 도입에 따른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이 핵심이다.

 지난 8월 입주를 시작한 GS건설 ‘일산자이’ 단지. 경기도 고양시 식사지구에 위치한 이 단지는 전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홈네트워크, 원격검침, 관리비, 주차안내 등 다양한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여행을 다녀오는 고속도로 안에서 미리 집안 난방을 켤 수 있다. 또 스마트폰 하나로 거실 커튼을 열고 화장실 욕조에 물을 받을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에 불과했던 스마트홈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가져온 건 사람들의 가치관, 소득수준, 라이프 스타일, 인구구조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총가구의 45%가 1·2인 가구다. 1·2인 가구는 꾸준히 증가, 20년 후에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돌봐 줄 가족이 줄면서 건강과 안전을 자연스럽게 중시하게 되고 타인과의 만남이 더 잦아지는 환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타인과의 연결을 지향하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소비하는 사람의 증가 추세에 따라 가정 내에서 물리적, 심리적 건강까지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정유진 LG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주택시장의 반 이상을 차지할 1·2인 가구는 향후 스마트화와 엔터테인먼트화·커뮤니티화의 트렌드를 형성하며 주거 환경을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며 “이런 트렌드에 따라 전자·IT·자재·공간설계와 관련한 스마트 기술 및 다양한 주거 서비스가 부상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스마트홈의 동력 ‘IT’=스마트홈이 가능한 기술적 배경에는 통신 인프라의 확산이 자리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이 가구마다 보급되고, 가정내에도 와이파이를 통한 무선 네트워크 환경이 구축되면서 스마트홈이 탄생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된 것이다. 또 이에 발맞춰 개별 기기들 역시 다양한 통신기술과 접목으로 연결이 유연해졌다. 컴퓨터는 독립된 기기를 넘어 스마트폰·TV·프린터 등과 무선 네트워크로 연동된다. TV에 수신되는 방송을 곧바로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고 휴대폰 속 영상을 TV나 컴퓨터로 전송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카메라 기능이 있는 도어락이 집 열쇠를 대체하면서 부재 중 방문자 확인이 가능해진 점, 온도 조절기가 디지털화를 거쳐 홈 오토메이션과 연동되기 시작한 것, 그리고 통신이 가능한 세탁기·냉장고의 등장은 여러 조합의 맞춤형 서비스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조만간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은 기기보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기기가 더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앞으로의 전망은=스마트홈은 미래 지향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0년 후 미래주택의 진화 방향을 전망하며, 그 가운데 스마트홈이 향후 주거 시장의 핵심 트렌드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 동안 국내 주택기술의 진보가 외관과 평면, 설계 등 하드웨어에 걸친 것이었다면, 앞으로의 진화는 첨단 IT가 융합되는 주택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될 것이란 예측이다.

 LG경제연구원 역시 비슷한 결과를 내놨다. ‘스마트홈, 정보+헬스+그린’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홈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인구 고령화 및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환경에 대한 소비자 의식 수준이 제고되는 등 스마트 홈의 진화방향도 달라질 것으로 봤다.

 홍일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기존의 홈네트워크가 기기간 연결에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콘텐츠의 연결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연구원은 또 “전 세계적인 고령화로 가족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부분이 스마트홈에서 주목받는 영역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람들이 집에서 가정용 의료기기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웹으로 의사와 상담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가 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의료기기 업체인 메디슨을 인수한 건 이런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마트홈 시대 가전은 이제 더 이상 TV·냉장고만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