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재정 위기가 2010년 벽두부터 세계 경제를 크게 흔들었다.
2009년 3~4분기에 동아시아와 미국의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는 기미를 보여 각국이 언제쯤 저금리 경기부양책을 털어내는 ‘출구’ 앞에 서야 할지를 고민할 정도였으나 그리스가 휘청거리면서 세계 경제가 다시 찬물을 뒤집어썼다.
그리스를 진앙으로 한 유럽 경제 위기는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 이른바 ‘유로존(유로를 쓰는 16개국)’으로 번질 태세였다. 실제로 그리스가 주저앉은 지 6개월여 만에 아일랜드가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850억유로(약 129조원)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 EU는 새해 초 아일랜드 지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30억유로 상당의 채권을 발행할 계획인데 자금조달에 차질이 없을지 주목됐다.
흔들리는 유로존은 상대적인 안전지대로 보였던 벨기에와 영국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유럽발 경제 지진에 미국도 허리띠를 졸라맸다. 2008년 말부터 2년여째 정책금리를 ‘0%대’에 묶어뒀다. 경제 ‘출구’의 고민을 접고 재정 지출로 경기회복세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특히 시장 유동성 확대에도 ‘9% 이상 10%에 육박’하는 높은 실업률이 큰 부담이 됐다.
오바마 미 행정부의 재정적 부담은 중국과의 환율 분쟁으로 비화했다. 중국이 위안화를 일부러 낮게 유지한 나머지 미국 무역적자가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미국 내수 경기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경을 넘어선 전 방위 공세에 나선 것으로 보였다. 유럽연합(EU)도 미국의 뜻에 가세해 중국을 압박했다. 하지만 중국이 버텼고 여전히 갈등상태다.
특히 중국은 9월 12일 대만과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발효해 동아시아 경제권에 긴장을 조성했다. 이른바 양안(중국과 대만)은 ECFA를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발전시킬 태세여서 동아시아 권역의 반도체·휴대폰·PC 등 여러 산업 분야에 새로운 질서가 설 전망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