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새해엔 반격에 나서자

 “넌 지금 잠이 오니, 난 잠이 안 온다.”

 자정 무렵 느닷없이 걸려온 고향 친구 전화에 잠을 설쳤다. 그는 요즘 페이스북에 버금가는 앱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마침 오늘 특허출원도 끝냈다고 했다. 앞으로 펼쳐질 파란만장한 인생을 생각하니 잠이 안 온다고 했다. 정말 뚱딴지 같은 이야기였다.

 친구는 15년 전 공직에 투신했다. IT에 관한 한 여전히 문외한이다. 그는 별안간 아이디어가 떠올라 SW개발자 조언을 얻었고, 결국 변리사를 찾아 특허 출원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밤새 이 친구의 황당한 이야기에 뒤척였다.

 며칠 뒤 전자신문이 올해 처음 개최한 ‘모바일SW 공모전’ 시상식이 열렸다. 영예의 대상은 ‘잃어버린 휴대폰을 찾아주는 앱’이 차지했다. 잃어버린 휴대폰에 문자메시지로 명령어를 보내면 휴대폰 위치정보를 문자메시지로 알려주는 아이디어였다. 대학 4학년이 취업까지 미루고 만든 작품이었다. 휴대폰을 잃어버려 낭패를 본 사람들이면 솔깃할 것 같았다.

 이번 공모전에는 161편의 아이디어가 응모됐다. 3개월여의 짧은 기간에 정말 뜨거운 반응이었다. 예의 고향 친구처럼 ‘한국의 페이스북’을 꿈꾼 일반인이 대부분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10년 전에도 그랬다. ‘한국의 야후’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는 사람들의 창업 러시가 이어졌다. 너무 과열돼 거품이 일었지만 결국 네이버, 다음, 엔씨소프트, 옥션 등 신화가 탄생했다.

 돌이켜보면 올해는 아이폰 충격으로 주눅든 한 해였다. 휴대폰 강국의 자존심에도 상처를 많이 입었다. 그러나 겨우 1년 사이 놀라울 속도로 우리는 일반인까지 나서 반격을 준비 중이다. 이렇게 빠른 시간에 스마트 환경에 적응하는 ‘디지털 민족’이 있을까.

 기업들의 발걸음은 더욱 빠르다. 삼성전자는 새해 초 독자 플랫폼 ‘바다2’를 내놓기로 했다. 애플·구글 등 해외 플랫폼 기업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독립선언이다. 삼성은 ‘바다2’를 아이폰·안드로이드폰 등과 호환되게 해 그동안 폐쇄적으로 운영돼온 ‘앱 스토어의 생태계’마저 재편하겠다는 야심도 드러냈다.

 인터넷 간판주자 NHN은 차세대 소셜서비스 ‘네이버미’ 출시를 앞두고 있다. 페이스북·트위트에 더 이상 안방을 뺏기지 않겠다는 각오다.

 과연 반격에 성공할 수 있을까. 우리는 세계 최초로 MP3플레이어를 만들었다. 지금의 페이스북보다 훨씬 앞서 ‘아이러브스쿨’ ‘싸이월드’ 등 소셜서비스도 선보였다. 그러나 아이팟·페이스북의 일격에 무너졌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고객을 움직일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오래가지 못했다. 단순하지만 진리였다.

 중국 춘추시대 오나라 왕 부차가 장작더미에서 잠을 자며 다진 결의로 아버지 복수에 성공했다. 하지만, 결국 쓸개즙을 핥으며 더 힘든 고행을 택한 월나라 왕 구천에게 다시 반격당하고 말았다.

 새해가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새해에는 IT코리아의 반격이 시작될 것이다. 분위기는 한껏 무르익었다. 주인공은 일반인이 될 수도 있다.

 반격 카드를 다시 점검해보자. 구글·애플·위키피디아·페이스북·트위트의 성공비결은 개방과 협업이었다. 이들은 사용자들의 힘을 빌려 서비스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전략을 구사했다. 우리도 시대정신과 같은 이 원리를 ‘쓸개즙’으로 삼고 있는가. 새해엔 제대로 한번 싸워보자.

 장지영 컨버전스팀장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