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텔레콤 출신 SK 경영 전면에

지난 24일 발표한 SK그룹 인사에선 최태원 회장과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 전진 배치됐다. 특히 그룹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에선 최 회장이 1990년대 경영수업을 했던 대한텔레콤 출신들이 약진했다. 다른 분야에서도 최 회장 뜻을 잘 헤아리는 실행력 있는 인재들이 중용됐다.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들을 통해 최 회장이 그룹 경영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승진한 하성민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과 서진우 SK텔레콤 사장 겸 플랫폼 사장은 모두 대한텔레콤 출신이다. 마케팅부문장이었다가 이번에 네트워크 CIC(회사 내 회사)를 맡게 된 배준동 사장도 대한텔레콤에서 근무했다.

대한텔레콤은 1991년 4월 설립된 선경텔레콤이 1992년에 이름을 변경한 회사로 SKC&C의 전신이다. 90년대 초ㆍ중반 그룹 계열사를 돌며 경영수업을 하던 최 회장은 대한텔레콤에서 눈여겨본 직원들을 `뉴 SK텔레콤` 핵심 인물로 발탁했다.

당시 직급은 부장, 과장, 대리 등으로 업계에서는 `최태원 친위대`라고도 부른다. 이번 승진 인사 외에 표문수 전 SK텔레콤 사장, 이방형 SK마케팅앤컴퍼니 사장, 주형철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도 당시 만들어진 최 회장 측근 인맥으로 통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최 회장이 발탁한 대한텔레콤 출신 인사를 통해 SK텔레콤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질적인 그룹 지주회사인 SK C&C 정철길 신임 대표이사 사장도 최 회장과 경영수업 과정에서 인연을 맺었다. 정 사장은 최 회장이 SK에너지 과장으로 일할 때 직속 상사였다. 정 사장은 최 회장이 직접 관여해 만든 그룹 경영철학인 `SKMS`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기도 했다.

최 회장의 신일고 선후배들도 승진했다. 김준호 그룹 윤리경영부문장(부사장)이 SK텔레콤 CRC 사장에 임명됐다.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건 이후 영입돼 그룹 윤리경영을 주도해온 김준호 사장은 최 회장의 신일고-고려대 3년 선배다.

그룹 신성장사업 발굴을 주도할 SK(주) G&G추진단 사장에 임명된 유정준 SK에너지 R&M 사장은 최 회장의 고려대 후배다. 2004년 SK에너지에 대한 소버린 측 적대적 인수ㆍ합병 시도에 맞서 경영권 방어 전략을 짜는 실무작업을 진두지휘하며 최 회장 신임을 얻었다.

김영태 신임 SK(주) 사장은 전통적인 정유ㆍ화학 분야가 아니라 이례적으로 인사와 조직문화를 다루는 기업문화부문장에서 승진한 사례다. 김 신임 사장은 SK그룹 인재양성기관인 SK아카데미원장을 겸임해왔다. 김 신임 사장은 임원 회의에서도 `화끈한` 소신 발언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각별한 신뢰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규 신임 회장 비서실장(전무)은 기획통으로 지주회사 전환 등 그룹 투자전략을 주로 짜면서 최 회장에게 신임을 받았으며 이번에 가까이에서 보좌할 적임자로 선발됐다. 그만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세대교체형 인사를 통해 측근 인사들을 전진배치하면서도 신성장 동력 확보와 기업문화를 창의적으로 바꾸는 소프트 파워에 역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매일경제 강계만 기자/최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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