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결함에 무너진 `씨티은행 데이터센터`

IT인프라 기본부터 제대로 다져야

 지난 주말 한국씨티은행의 ‘디지털’ 센터가 누수라는 ‘아날로그’ 변수에 허무하게 무너지면서 IT 인프라의 기본기부터 다시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부분의 기업 전산실이 이 같은 아날로그 결함에 사실상 무방비라는 점에서 첨단 시스템과 서비스를 도입하기에 앞서 이의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7일 한국씨티은행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4일 발생한 한국씨티은행 전산장애 원인은 경기도 인천 데이터센터 건물의 실내 공조기 오작동에 의한 난방파이프 동파와 누수로 확인됐다.

 전산실과 무관한 건물 공조설비가 오작동을 일으켜 5층에서 동파와 누수가 발생했고, 이때 흘러나온 물이 3층에 위치한 전산실의 네트워크장비로 내려오면서 순식간에 한국씨티은행 전산시스템을 마비시켰다.

 옛 경기은행 본점 건물을 리모델링한 한국씨티은행 데이터센터는 전용 센터로 지어진 것이 아니어서 층간 방수 시설은 미흡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정은 최근 지어진 전용 데이터센터를 제외하면 대부분 마찬가지다. 전산실 최상층은 물론이고 층간 방수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유사한 사고 재발이 우려된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IT시스템과 관계없이 건물 내에서 벌어진 아날로그 사고로 인한 크고 작은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멀게는 2000년대 초 옛 동원증권이 소방점검 부주의로 인해 스프링클러가 가동되면서 하층부에 있던 전산실이 침수돼 증권거래 서비스를 중단하는 위기 상황을 겪었다.

 가깝게는 지난해 말 컨설팅업체 A사의 전산실이 상부 인테리어 공사 도중 배관 파손으로 부분 누수 피해를 당했다. 올 초에는 B공공기관의 전산실이 건물 위층의 자판기가 넘어지면서 물통의 물이 아래로 흘러내려 서버가 고장 나는 어이없는 사고를 당했다.

 수십, 수백억원을 들여 전산실 내 IT인프라를 이중화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센터설비를 외부 유해요소로부터 보호하는 기본적인 대비책 수립은 소홀히 한 결과다.

 데이터센터 업계 한 전문가는 “IT시스템 자체는 물론이고 전산실과 관련된 어떠한 위험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차단할 수 있는 보호막이 필요하다”면서 “구형 데이터센터와 기존 건물을 데이터센터로 리모델링한 곳은 이러한 대응책이 미흡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28일 전산장애가 발생한 한국씨티은행에 대해 검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씨티은행 전산장애가 금방 복구될 것처럼 하다가 늦어졌다”며 “다음주께 현장검사를 통해 전산장애의 원인이 무엇이고, 직원들이 적절히 대응했는지, 비상계획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