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웹 1세대`가 소셜 세대에게 전하는 메시지

 바야흐로 스마트시대다.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 다양한 스마트 정보기술(IT) 기기가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10여년 전, 인터넷이 대한민국을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면, 지금은 스마트 기기가 우리를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하고 있다. 또 이들 기기를 활용해 새로움을 창조하는 ‘소셜 세대’ 또는 ‘앱 세대’가 부상하고 있다. 전자신문은 인터넷 시대를 선도했던 ‘웹 1세대’인 윤세웅 오피엠에스 사장, 유현오 와이디온라인 사장, 허진호 인터넷기업협회장 등 3인을 만나 스마트 시대를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제언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스마트폰·스마트패드 열풍이 거세다. 단순한 기기의 등장을 넘어 사회 패러다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의 분위기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겠는가.

 ▲유현오 와이디온라인 사장=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인터넷 초창기나 지금이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시기로 볼 수 있다. 과거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웹에서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했고, 거기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우리가 기회를 얻었다고 본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윤세웅 오피엠에스 사장=웹이 1세대 ‘인터넷 혁명’을 이끌었다면, 지금은 제2의 ‘디지털 혁명’이 진행되는 시기라고 정의할 수 있다. 과거에는 마케팅의 발전 단계처럼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만들고, 유저들이 그 아이디어를 따라왔다. 지금은 유저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놓고, 디지털이 상상력을 만들어가는 시대다.

 ▲허진호 인터넷기업협회장=창업 열기도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지난 몇 년 간 20~30대의 창업 열기가 다소 식는 분위기여서 많이 안타까웠었다. 지금의 20~30대는 예전에 비해 경험의 폭도 넓고, 창업을 대하는 자세도 현실적이다.

 -웹 세대와 소셜 세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윤세웅 사장=소셜 세대의 중심에는 콘텐츠가 있다. 스토리를 내포하고 있다는 뜻이다. 신세대는 사고를 유연하게 하고, 창의력·상상력을 더욱 발휘하기 위해 인문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경영학·법학처럼 구조가 분명한 학문보다 인간 근원에 접근한 인문학·철학이 주목받고 있다.

 교류 방식도 달라졌다. 웹 세대는 마우스라는 매개체를 통해 교류했다면, 지금은 손이라는 인터페이스를 통해 직접 교류한다. 따라서 훨씬 감성적이고 즉각적이다. 변화의 속도가 비대칭적으로 진화할 수 있고, 예측 역시 변화무쌍해진다.

 한편으로 안정적이기도 하다. 대기업에서부터 플랫폼 구축이 이뤄지고 작은 벤처들은 그 허브 플랫폼의 작은 API를 개발하는 형태의 업무 분담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유현오 사장=1세대 웹에서 ‘웹 2.0’으로 오는 변화에서 결정적인 요소는 참여다. 기존에는 공급자들이 콘텐츠를 제공했지만, 웹 2.0에서는 이용자들이 스스로 콘텐츠를 만드는 새로운 경제가 인터넷을 채우고 있다. 과거 ‘싸이월드’ 서비스를 끌고 가면서 느낀 점은 이용자의 참여가 자유롭다는 것이다.

 플랫폼에도 변화가 왔다. 지금까지는 글로벌로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었다. 이제는 글로벌 플랫폼이 생겼다. 웹에서는 페이스북이 5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지니고 있는 플랫폼이고, 애플과 구글도 세계적인 규모의 오픈마켓을 갖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에서 성공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다음 문제지만, 예전처럼 글로벌 서비스를 어렵게 하는 장벽은 사라졌다.

 -3인 모두 90년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분위기는.

 ▲허진호 회장=1994년 창업 당시, 몇 가지 기술 개발을 위한 정책자금 지원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창업 투자 제도는 거의 없었다. 스타트업 창업은 극히 일부 사람들의 예외적인 일이었다. 1995년에는 외부 투자 유치로 40억원의 자본을 마련했는데, 그 과정은 정말 복잡하고 오래 걸렸다. 벤처투자라는 개념이 없던 시기였다. 1997년 말, 금융위기 당시도 버티기 어려웠다. 회사 자금 상황이 극도로 어려워지면서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윤세웅 사장=처음에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전혀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고, 그 누구도 그 정체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로 장밋빛 미래를 그렸었다. 이후,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하면서 인터넷 업계는 오히려 여유롭게 출발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 좋은 인재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대거 옮겨온 것도 자극이 됐다. 허나, 거품이 제거되면서 관련 업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진 시기가 있었다. 투자 자금 유치는 더욱 어려워지고, 마치 처음 진입할 때처럼 본질에 대한 확신이 없다보니 인재들이 다시 오프라인과 소수의 성공한 온라인 업체로 빠져나갔다.

 ▲유현오 사장=초기는 어려웠지만, 이후 우리나라가 인터넷 혁명기를 주도해 갈 수 있었던 이유는 IT가 국가 전략사업이었다는 점이다.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투자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했다. 브로드밴드가 잘 구축됐고, CDMA 기술이 앞서면서 무선 인프라도 잘 구축됐다. 그 인프라 위에서 혁신적인 서비스가 가능했다.

 -각자가 자신의 영역에서 성공을 맛볼 수 있었던 비결을 소개한다면.

 ▲윤세웅 사장=선택과 집중이다. 처음 주목한 사업 모델에 꾸준히 집중하고, 인내와 시간과의 싸움을 자기 방향으로 유도한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균적으로 벤처가 성공하려면 최소 5년을 지켜봐야 한다. 작은 성공이라도 안겨줄 수 있는 사업 모델과 자금력도 받쳐줘야 한다. 내 경우에는 매출이 최초로 1000억을 넘는 순간, ‘이제 성공이 시작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허진호 회장=1996년쯤이다. KT·데이콤·아이네트가 국내 인터넷 서비스 시장 3강 체제를 굳히기 시작했다. 아이네트가 꼭 함께 언급됐다. 양대 통신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시장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잘 할 수 있는 시장에 집중하면서도 기술력이나 시장 흐름에 대한 빠른 대응 등 우리의 강점에 집중한 덕분이다.

 -소셜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윤세웅 사장=지난 15년간 웹 세대의 성공 사업모델과 성공 기업은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다. 포털 중에는 네이버, 게임에서는 넥슨과 엔씨소프트, 전자상거래는 옥션-G마켓 정도다. 나머지 작은 기업은 그때나 지금이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 분투 중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제 콘텐츠를 소유한 이들에게 더욱 유리한 비즈니스 생태계가 도래했다고 본다. 전철에서 종이책을 보던 이들이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로 콘텐츠를 수용한다. 인간의 지적 탐험이 더 쉽고, 빠르게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콘텐츠가 중심이며, 기기는 그 효율성을 배가시키는 장치일 뿐이다. 따라서 이제는 테크놀로지보다 깊이 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승부를 걸어야 할 때다. 이미 세상은 자기가 좋아하는 콘텐츠 위주의 소셜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집단을 형성해 기기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유현오 사장=이전에는 ‘뷰어’ ‘오디언스’처럼 청중 중심이었다면 이제 ‘플레이어’ 중심이다. 플레이어를 끌어들이려면 룰을 정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게임이다. 실리콘밸리에서 ‘게이미피케이션(gamefication)’이란 말이 유행하는데 우리말로 하면 ‘게임화’다. 마케팅·교육 등 많은 분야에 이런 룰이 적용될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자들도 이런 방향에 투자를 시작했다. 이는 웹 2.0처럼 큰 흐름이 될 가능성도 있다. 언제나 위기는 기회를 동반한다. 한국은 충분히 경쟁력을 지녔고, 글로벌 사업 기회도 있다. 내가 몸담은 게임 업계도 마찬가지다. 이 경쟁력을 변화하는 웹과 모바일 분야로 전환할 수 있다면 더 큰 기회가 올 것이다.

 ▲허진호 회장=어느 시대든 새로운 일을 하려면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이 여러 가지 있다. 콜럼버스가 항해를 시작할 때부터, 17~18세기의 수많은 항해 벤처, 19세기의 철도 회사, 그리고 1960년대 이후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벤처들까지, 어려움을 잘 극복한 사람들이 성공적인 기업을 이뤄냈다.

 지금 창업 환경을 2000년 전후와 비교해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당시는 보통 100~200년에 한 번 오는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다. 지금은 외려 지극히 정상적인 환경이다. 현 상황에서 어떻게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것인가를 가장 많이 고민하길 바란다.

 정리=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