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다시 출발하는 IT코리아 2.0

[미래포럼]다시 출발하는 IT코리아 2.0

 일본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정작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은 애플과 구글이다. 휴대폰 시장의 일본발 갈라파고스 신드롬(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도 일본 내에서만 통용되는 기술로 폐쇄적이고 고립된 시장을 형성)이 새로운 형태로 한국에서도 토착화되는 건 아닌지 고민스럽다.

 과거 LG전자는 아랍 문화 코드인 코란과 메카의 방향을 알려주는 기능을 탑재해 아랍 휴대폰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신발업체가 맨발로 뛰노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성공사례도 있다. 그러나 2007년 9월 미국에서 출시된 아이폰은 2년이 지나서야 한국에 도입됐다. 아이폰에 필적할 수준의 삼성전자 갤럭시S는 아이폰 출시 후 2년 반이 지나 시장에 첫선을 보였다. 늦었지만 선두시장 대열에 합류하는 데 일부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한국은 시장선두 제품이 아니라 미투(Me Too) 제품 전략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2위 전략이 시장에 통할 수 있을까? 갈수록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늘 그래왔듯이 ‘뜨거운 냄비 속의 개구리’ 현상처럼 모두들 현재의 대한민국이 그럭저럭 좋은 줄로 착각한다. 수출이 잘 돼도 일자리는 늘지 않고, 출산율 저하로 인구노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인 암울한 현실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흑백 논박과 이기적 정쟁들로 얼룩져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과거 십년 이상 우리 IT족들은 밝은 미래의 뜨거운 IT세상을 꿈꾸며 난관을 혜쳐나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 한다. 여기서 안주할 수는 없다. 초심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IT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국가 창출을 위한 전략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세계 대양을 바라보는 큰 시야를 가진 인재의 육성이 급선무다. 해묵은 과제이지만, 여전히 해외에서 경험을 쌓고 돌아와 국내에서 일하는 것 이상의 해결책이 없다. 이를 위해선 사회 구조적으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일상 생활 속에서 글로벌 마인드를 피부로 체험할 수 있는 사회 문화적 여건 구축이다. 일례로 일본은 전철의 안내표지를 한국어와 중국어로 병기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셋째, 아직도 글로벌 스탠다드의 속도를 수용하지 못하고 기득권의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표류되는 법안이 너무나 많다. 미디어법, u헬스 의료개정법 등 IT관련 신시장 창출을 위한 법들이 수년째 계류되면서 선진국은 물론이고 신흥국가에게도 세계 시장 선점의 기회를 뺏기고 있다.

 넷째, 한국인들만이 사는 민족주의적 갈라파고스 섬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에 다른 색깔의 머리, 피부를 가진 다양한 인종들이 공존하게 되면, 우리들의 의식과 제품디자인 기술도 자연스럽게 글로벌화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된다. 우수한 외국 인재들이 쉽게 들어와 살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다섯째, 기업들의 글로벌화가 절실하다. 얼마 전 LG전자에서 외국인 C레벨 임원들을 채용했다가 2년만에 다시 한국인으로 바꾼 사례가 있다. 단순히 외국인 채용만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연구와 경험을 쌓아 세계를 상대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이 밖에도 여러 대책들이 제시될 수 있지만 결론은 한가지다. 지금의 위기를 제대로 인지하고 시의 적절한 해결책을 행동으로 옮기는 자만이 미래 글로벌 코리아 2.0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조위덕 유비쿼터스컨버전스연구소장 wdukech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