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중국 장쑤성 남부 우시에 한 남자가 40만달러를 들고 나타났다. 호주에서 귀국한 지 얼마 안 된 때였다. 그는 우시 시청의 문을 두드렸고 시의 도움을 받아 회사를 차렸다. 이 회사는 10년이 지난 지금 11억달러의 가치를 가진 글로벌 회사로 성장했다. 우시상더, 선텍파워홀딩스의 중국 명칭이다.
지난해 12월 선텍파워홀딩스(대표 스정룽)를 찾아가는 길은 과연 세계 최대의 태양전지 회사 주변이라는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도로 양 옆으로 태양광 가로등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던 것이다. 본사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한 벽면 전체가 온통 태양광 모듈로 도배된 본사 건물이 보는 이를 압도했다. 여기서 생산한 전기는 내부 전등을 밝히는 데 사용된다고 한다.
본사 입구에 들어서자 선텍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오는 홍보관이 마련돼 있었다. 2001년 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의 약사가 기록된 ‘선텍 이정표’를 보니 이렇게 짧은 기간에 세계적 기업이 됐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선텍은 2009년 태양전지 부문에서 세계 2위를 기록한 후 지난해 2분기 마침내 세계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선텍, 태양을 사로잡다=스정룽 회장이 2001년 우시에 세운 선텍은 2002년 10㎿의 태양전지 생산라인으로 태양광 사업을 시작했다. 2005년 150㎿로 생산라인이 확장됐으며 중국 민간기업 중 최초로 미국 뉴욕증시(나스닥)에 상장됐다. 2006년에는 새 둥지 모양으로 유명한 베이징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에 태양광 모듈을 독점 공급하기도 했다. 2007년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실을 열고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으며 한국과 일본·호주·독일 등 전 세계에 9개의 지사를 두고 있다.
2009년 처음으로 생산능력 1기가와트(GW)를 달성한 선텍은 지난해 1.8GW 규모로 라인을 확장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애리조나에 30㎿ 태양전지 공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선텍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올해에도 생산라인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주잉지 선텍 정부사무부 주임은 “우시 신공장이 완공되면서 올해 생산능력은 지난해보다 50% 정도 늘어난 2.7GW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텍은 현재 우시산업개발그룹 등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1억5000만달러를 투입해 최대 1.2GW에 달하는 신공장을 우시 지역에 건설하고 있다.
◇선텍의 미래=선텍 본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역시 선텍의 미래인 ‘플루토’ 태양전지를 본 것이었다.
선텍의 역대 태양전지를 효율 순서로 전시해놓은 코너에서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플루토에는 ‘19.2%’라는 표시가 선명했다. 100의 태양광 에너지 중에서 19.2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한다는 뜻이다. 이 수치는 일반 기술로 생산된 태양전지 가운데 가장 높다. 16~17% 정도인 일반 태양전지보다 효율이 2% 이상 높기 때문에 플루토의 출시시기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역시 ‘꿈의 기술’을 상용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모양이다. 당초 올해부터 본격 플루토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었던 선텍은 2012년으로 1년을 미뤘다. 주잉지 주임은 “아직 모듈 효율이 검증되지 않았고 원가가 다소 높다는 점에서 본격 양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이와 관련해 개선된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텍은 플루토 양산라인에 극도의 보안을 유지했다. 세계 최고 효율을 내는 이 제품을 양산할 생산라인을 올해 안에 새로 깔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턴키 라인은 공통적인 기술이기 때문에 굳이 공개를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플루토 양산라인은 전 세계에 하나뿐이어서 공개할 리 만무했다. 글로벌 시장을 향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선텍의 긴장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태양광 메카, 우시=선텍의 성공스토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우시시의 역할이다. 2001년 선텍 창업 당시 시는 현지 8개 기업을 설득해 600만달러를 조달해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천린펑 우시시발전과개혁위원회 부장은 “선텍의 스정룽 회장이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부지를 물색하고 있을 때 시에서 접촉해 우시에 유치했다”면서 “실험실과 공장·토지·가동자금 등 초기에 모든 면에서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우시시는 선텍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 ‘530 계획’이라는 전략을 세웠다. 5년 동안 30명의 선도 인재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2007년 시작해 올해까지 계속되는 이 계획은 이미 30명을 넘어 수백명의 인재를 유치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우시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가발전위원회로부터 태양광 발전을 위해 80억위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으며 2008년 중앙정부가 시작한 ‘금태양’ 정책에 따라 37개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정부에 건의해 이 가운데 6개가 채택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우시시는 태양광 산업을 10대 산업에 포함시켜 단독 발전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2012년까지 50㎿의 태양광 보급을 지원할 계획이다.
천린펑 부장은 “우시 신도시를 세계적인 태양광 메카로 발전시킬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우시(중국)=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