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마련된 M&A펀드가 1년 4개월에 단 1건의 투자만 한 채 방치돼 있다는 사실은 글로벌 소프트웨어(SW) 기업을 만들겠다는 조성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SW M&A펀드는 규모가 420억원에 달한다. 각급 기관과 기업은 물론이고 국민의 세금까지 들어간 SW M&A펀드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현실은 정책 점검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비단 SW뿐 아니라 영화나 게임 등 지식산업은 금융 지원의 홀대를 받는다. 담보가 될 만한 공장이나 용지, 설비가 없고 성공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이는 반면에 지원 금액이 크지 않아도 충분한 도움을 줄 수 있으며 한 번 성공하면 제조업보다 훨씬 큰 부가가치를 낸다는 말이기도 하다. 충분한 객관적 검토가 이뤄졌다면 보다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올해 운영한 문화수출보험 사업이 좋은 사례다. 이 사업의 지원을 받은 영화 5편의 편당 평균 관객 수는 179만명이다. 올해 전체 영화 평균 46만명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매출 역시 142억원으로 전체 평균 34억원의 4배에 육박한다. 과거에는 제조업 일변도이던 수출보험이 콘텐츠 분야로 확대,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업계는 400억원이 넘는 뭉칫돈을 썩히지 말고 지원 대상을 확대하자고 주장한다. 패키지 SW로 한정된 대상을 넓히자는 말이다. SW 유통이나 모바일 솔루션 등 M&A에 적합한 분야는 적지 않다.
펀드 운용 규모를 줄이자는 지적도 설득력이 높다. SW M&A펀드의 투자금은 기업 당 50억~100억원에 달한다. 적합한 대상을 물색하기도 어렵고, 위험 부담도 크다. SW 산업 육성 구호는 10년 전부터 울렸지만 아직도 공허하다. SW M&A펀드의 개선이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