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새해, 생각이 나를 만든다

[월요논단] 새해, 생각이 나를 만든다

 신묘년 새해가 시작됐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작심삼일에 그칠지라도 새해 계획을 세우고 뭔가 새롭게 시작하고픈 마음이 든다. 그러나 점점 나이가 들어가며 새해 계획은 없어지고, 또 한 살이 더해진 자신에게 관대해지고 싶은 유혹 또한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나이 들어가는 자신에게 느슨해지는 주변 사람들을 볼 때, 내가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하버드의 심리학자 앨런 랭거의 실험 얘기다.

 랭거는 나이든 사람들이 노인처럼 행동하는 것은 나이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거라 생각했다. 실험은 간단했다. 75세 이상 노인들이 사는 시골마을을 철저히 20년 전 환경으로 바꾸고 20년 전 생활을 하게 한 것.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은둔생활이 끝난 후 노인들의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했더니 실험에 들어가기 전보다 7∼10년씩 젊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실험결과는 사람들의 생각과 환경이 바뀌면 몸속 세포도 착각을 일으켜 그에 따라 변화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생각은 실제로 몸에 영향을 미친다. 뇌는 사람이 바라는 대로 화학물질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하면 뇌도 그렇게 느끼고 노화를 촉진하는 화학물질을 만들어 세포를 늙게 만든다. 반대로 자신이 아직 젊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면 뇌도 똑같이 느끼고 그에 따른 반응을 일으킨다. 이것은 생활 모든 면에서 발생하는 과학적 반응이자 그 결과다.

 지난 한 해 젊은이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던 가요 중에 ‘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노래가 있었다. 기성세대가 느끼기에 다소 예의없고, 되바라진 태도일 수도 있지만,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생각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믿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 일치되게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어, 무의식 중에 자신에 대한 믿음에 따라 서서히 변화해가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 노화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속한 KIST에서 기억력이나 창의력에서 젊은 연구원들을 월등하게 앞서는 50대, 60대 과학자들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끊임없이 단련되고 진보시킨 뇌는 생체 나이라는 과학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도 있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연구자는 물론이고 분야별로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기대 수명이 나날이 높아짐에 따라 조직에서 일할 수 있는 연령의 제한 역시 높아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물리적 정년 연장만을 논할 뿐 신체나이 외에 자기 개발과 창의성 등의 정신적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검증하려 들지 않는 경향이 있다. 건강 유지로 몸이 젊은 것과 창의적인 생각으로 조직을 이끌 능력과 의지가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임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일을 더할 수 있는 것이 체력뿐 아니라 오랜 연륜과 경험에 나이를 잊은 열정과 의지까지 더해져야만 어느 세대든 능가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새해가 시작됐다. 한 해를 시작하며 내가 한 살을 더 먹었고 그만큼의 노화가 진행되었다 인식하지 말고, 연륜을 기반으로 나는 더욱 명석하고 활기찬 사람으로 변하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야 한다. 그리고 용두사미로 끝나는 새해 계획이라 그냥 넘어가지 말고, 올해는 무엇인가 새롭게 시작해보는 용기를 내보자.

 ‘난 이런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사람을 만들어간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무심코 뱉은 말에,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생각에, 우리 몸의 세포가 반응하고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문길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kcmoon@ki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