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이 밝았다. 매년 이맘 때 네이버 검색창은 신정, 설, 달력, 해맞이, 보신각 타종행사, 운세 등 새해의 꿈과 희망을 담은 키워드 검색이 늘어난다.
신정으로 불리는 양력설은 전통적인 세시풍속인 음력설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됐다. 태양력은 우리나라에 1896년 도입됐는데, 음력으로 1895년 11월 17일을 양력 1월 1일로 정했다. ‘신정’은 오랜 기간 논란에 휩싸였는데 태양력의 도입이 단발령의 시행과 함께 일본의 압력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흔히 양력설을 근대화의 산물로 인식하는 이가 많지만, 실제 우리나라의 근대화의 시작으로 여겨지는 1894년 갑오개혁 때도 양력설을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았다. 양력설 도입은 일본의 식민지화와 함께 진행됐다는 해석이 더 맞다. 을미개혁 이후 대한제국이 선포되면서 일제가 1896년부터 양력설을 공식적으로 지정했고, 신정만 공휴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에도 근대화, 세계화를 명목으로 양력설을 장려하는 국가정책은 1989년까지 계속됐다.
양력설보다 음력설에 비중을 두기 시작한 것은 1991년부터다. 이 해에 양력 설 연휴를 사흘에서 이틀로 줄였으며 1999년에는 1월 1일 하루만 휴일로 변경했다. 지금의 신정은 일반 국민들이 지내는 세시풍속의 의미보다는 공식적으로 한 해가 시작되는 날의 의미로 쇠고 있다. 신년사나 덕담, 해맞이 행사 등은 양력 1월 1일에 맞춰하며 연하장도 새해 첫 날에 맞춰 보낸다.
한편, 음력설은 1985년에 와서야 공휴일로 지정됐다. 이름도 ‘민속의 날’이라는 명칭이었다. 사흘짜리 연휴로 바뀐 것은 1989년 2월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라는 대통령령을 개정하면서부터다. 그 해 ‘구정’이라는 이름도 ‘설날’로 복원됐으며, 우리 민족의 세시풍속이 다시 자리를 찾았다.
또 새해를 알리는 행사인 종로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행사는 1954년부터 시작됐다. 33번 종을 치는 이유는 불교의 28계 33천 신앙에서 유래됐다. 조선시대 오전 4시에 4대문을 열고 통행금지가 끝났음을 알리며 치던 ‘파루(罷漏)’에 근원이 있다. 일본에서는 1872년 태양력을 채용한 이래 ‘원단(元旦)’이라는 이름의 양력설을 쇠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춘절(春節)’이라는 음력설을 최대 명절로 삼는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