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무한 경쟁 시대에 접어들면서, 국내 미디어는 한국 시장에서 글로벌 미디어와도 정면 승부를 펼치게 됐다.
종합편성채널 선정을 계기로 제휴를 비롯한 여러 형태를 통해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이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 미디어시장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하다. 이러한 글로벌 미디어의 한국 진출과 경쟁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국내 콘텐츠 경쟁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겠지만 당분간 해외 콘텐츠 구매에 들어가는 비용은 상당할 전망이다.
우선 종합편성채널 선정 사업자들은 모두 글로벌 기업들과 제휴를 맺었다. 일부 미디어들은 지분투자까지 참여하기도 했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의 종편채널 jTBC에는 일본의 텔레비아사히와 터너아시아퍼시픽벤처스가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조선일보의 CSTV는 25개국 54개 미디어 기업과 제휴를 맺었다. MTV·ABC방송을 비롯해 중남미 최대방송사 텔레비자, 중국 상하이미디어그룹, 인도네시아MNC 등이다. 동아일보의 채널A도 미국 최대 케이블사업자인 컴캐스트를 비롯해 유럽·일본 글로벌미디어기업들과 다양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매경이 만드는 MBS에는 일본경제신문사가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이들 글로벌미디어와의 제휴는 향후 국내 콘텐츠가 해외로 진출하는 발판으로 작용하겠지만, 국내 기존 사업자들에게는 오히려 이들 콘텐츠가 물밀듯이 밀려오는 통로로 작용한다.
종편뿐만 아니라 여러 사업자와 다양한 제휴 형태로 글로벌 미디어가 국내에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활동이 확대될 글로벌 미디어로는 디즈니와 AXN 등이 있다.
디즈니는 SKT와 합작법인인 TV&미디어코리아를 통해 디즈니 영화를 국내 상황에 맞게 내보내게 된다. SK텔링크가 송출권을 확보함으로써 다양한 플랫으로 디즈니의 콘텐츠를 송출할 전망이다. 소니 엔터테인먼트의 시리즈 전문채널인 AXN은 올 3월 씨유미디어와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케이블과 위성 등 플랫폼 사업자들이 HD채널을 선호하면서 해외 HD콘텐츠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등 HD 콘텐츠 편성비율을 72%로 시작한 애니플러스는 새해부터는 신규 일본 애니메이션을 한일 동시방영키로 하면서 인기몰이에 나섰다. 디원TV도 HD비중 확대를 위해 영국 등 해외에서 수준높은 HD 콘텐츠를 대폭 들여왔다.
글로벌 미디어와 공동 제작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종편 채널과 AXN코리아는 글로벌 미디어와 공동제작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시장이 글로벌 경쟁체제로 재편됨에 따라 글로벌콘텐츠의 유통 체제도 체계화되고 있다. SK텔레콤은 독일 미디어피어스와 제휴해 영상콘텐츠 B2B 비즈니스를 진행한다. 이 유통 시스템에는 미디어피어스의 오픈마켓에서 유통되는 콘텐츠가 모두 취급될 전망이다.
콘텐츠렙은 글로벌 방송콘텐츠의 포맷 유통을 시도한다. 국내에 해외 포맷을 소개하고, 국내 포맷도 해외에 소개하는 역할을 맡을 계획이다. 이와 관련된 컨설팅도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시청률 향상을 위해 해외 콘텐츠 도입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미디어와 경쟁할 수 있도록 제작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과도한 출혈경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프라이싱 정책이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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